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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다유 Feb 10. 2023

가슴이 뻥 뚫리는 책 추천

고슴도치의 우아함

매일 새벽 5시에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책을 돌아가면서 낭독하고 오늘 읽었던 부분에서 좋았던 문장이나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의 한 문장을 만들어 단톡방에 공유합니다

3년째 새벽낭독을 통해 매일 책의 숨결을 느끼고 살다 보니 가끔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합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책 좀 추천해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서점주인 영주에게 민철 엄마는 가슴이 뻥 뚫리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합니다

어쩌면 서점 주인이 저 보다 책을 더 많이 알 텐데, 영주는 책 추천을 망설입니다


예전에 어떤 손님에게 엉뚱한 책을 추천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손님이 '어떤 책이 좋으냐'는 질문에 영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소개했고,

책이 너무 좋아서 다섯 번을 봤으며 일반적인 의미의 재미보다는 한 아이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부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손님은 '그 책이 저한테 재미있을까요?' 하면서 영주가 추천한 책이 아닌 역사책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이후 영주는 손님이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니라 손님이 좋아할 책으로 말이죠

그래서 먼저 물어봅니다


최근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요,

요즘에 주로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작가는?


서점주인 영주도 어려워하는 책 추천, 저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친구가 부탁하면 새벽낭독에서 진행했던 책들 중에서 친구에게 맞을 것 같은 책을

골라 줍니다

그 책을 통해 새벽낭독에서 함께 공유했던 이야기도 전하면서요


그런데 서점을 찾는 손님이나 친구보다 책 추천이 더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내 아이들입니다

나름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이들과 매일 밤 책을 읽어 주고 도서관도 자주 다니면서 

책과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과 더 친해져 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추천해도 고개만 끄떡일 뿐 요지부동 책을 펼치지 않습니다



민준은 바로 앞 매대에서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손바닥 크기만 한 메모장이 책갈피처럼 꽂혀 있었다.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도 생각해요. 

혼자라서 자유로울 수 있고, 외로워서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섬처럼 그려진 소설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소설은 섬처럼 살고 있던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발견해 내는 소설이고요 

어, 너 거기 있었니? 응, 난 여기 있었어, 하는 소설들 말이에요. 

혼자여서 실은 조금 외로웠는데 이젠 덜 외로워도 될 것 같아, 너 때문에,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이 소설은 저에게 이런 기쁨을 맛보게 해줬어요.' 


민준은 메모장을 원래대로 다시 꽂고 책 제목을 확인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점주인 영주가 책을 소개한 메모장 내용을 보면, 책을 읽고 싶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로 도서관에서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대출받았습니다


책과 점점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엄마가 읽고 좋았던 책에 메모장을 붙여두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책장을 보았는데, 거기에 자신만을 위한 책소개가 담긴

엄마의 손글씨 메모장을 보게 된다면, 어쩌면...

슬쩍 펼쳐보지 않을까요?


포노사피엔스 신인류 아들을 향한

엄마의 절절한 책 읽히기엔

고슴도치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EgzF52JL0sU?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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