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온나길 Oct 26. 2020

뷰티인사이드 리뷰 2

영화-드라마 뷰티인사이드

뷰티인사이드 리뷰 1 -> https://brunch.co.kr/@gaon0413/6



3. 김우진과 한세계 - 2


 김우진과 한세계는 매번 변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남긴다. 여상하게 시력을 재고 신발 치수를 재는 김우진과 변한 자신의 사진을 찍어 방에 걸어놓는 한세계의 모습은 어딘지 슬픈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들이지만 한편으로 그런 자신을 자조하는 두 사람은 분명 닮아 있다. 다만, 둘은 설정의 차이만큼 다른 모습들도 보인다.


김우진과 한세계.


 한 달에 한 번 변하는 한세계는 그로 인해 고역스러운 일들을 겪긴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비록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봐 두려움을 끌어안고 살지만, 한세계라는 사람의 자아는 중심을 지닌다.

    

 반면, 18살 이후 매일 다른 얼굴로 살아온 김우진은 극 중 홍이수의 말처럼 ‘김우진’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려 해도 그 얼굴이나 목소리를 특정할 수 없다. 김우진이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건 가구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그의 가치관, 성격처럼 실체로 잡히지 않는 것들이다. 그가 자신을 남자라는 성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18살까지 김우진이라는 남자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아 인식이 그라는 바탕을 이룬다.

    

 매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뀐다면, 자신을 하나의 존재로 정의할 수 있는 게 본인의 인식 뿐이라면 ‘나’라는 건 어떤 기준으로 정립할 수 있는 걸까?


드라마에서 여러 인물의 모습이 '한세계'라는 중심에서 뻗어 나가고 있다면, 영화에서는 하나의 목소리가 여러 모습의 김우진을 엮고 있다.

     

 드라마에서 여러 인물의 모습이 한세계라는 중심으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면 영화에서는 여러 모습을 ‘목소리(나레이션, 독백)’가 하나로 엮는다. 목소리라는 건 눈에 보이는 형태를 지니지 않는다. 그나마도 김우진 자신과 영화를 보는 관객만이 들을 수 있을 뿐 그를 접하는 사람들-그를 세상과 연결하는 존재인 어머니, 한상백, 홍이수-조차 하나의 특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친구인 상백은 매번 ‘우진이지?’라는 말로 확인하며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김우진에게 처음부터 알아본 것처럼 너스레를 떤다. 한상백은 김우진을 사회와 이어주고 곁을 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김우진은 매번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애초에 자신이 김우진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시켜 주기 위해선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를 특정할 수 있는 외적인 요소가 없으므로.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나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그녀가 말한다. “너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식으로 나를 볼 리는 없잖아.”
   -소설 <에브리데이> 中

      

 드라마에서 한세계가 읽어준 소설 <에브리데이>의 인용문처럼 김우진은 홍이수를 통해, 홍이수의 눈에 비쳐진 모습을 거울 삼아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보다 러닝타임이 긴 드라마에서는 한세계가 자신의 비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중요하거나 위급한 순간에 모습이 변하는 바람에 갈등을 겪거나 상처를 받고, 억울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지만 말이다.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것. 끔찍한 것. 불편한 장애물이라는 인식을 넘어, 한세계는 오히려 그런 자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오직 그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그걸 깨닫고 진정으로 그런 모습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으로 모습이 변하는 주기가 잦아든다. 자신을 원망하고 끔찍하게 여길 때는 '한세계'의 얼굴로 돌아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드라마 중반부에서 모습이 변해 돌아오지 않는 한세계를 연기하신 전영운 배우님. 영화 <뷰티인사이드>에서는 우진 역할(우진 26)을 맡으셨다.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짊어지고 가야 하는 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점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좋았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런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성장이나 전진은 우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낸 것들은 또 다른 공허를 낳는다. 결핍된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채워야 할 다른 조건들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끔찍하게 여겨지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게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데 참 어려운 얘기다.


 도저히 어떻게 해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을 때, 누군가 나를 받아들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피어난다.



우진-세계가 이수-도재에게 다가가는 장면.


 영화와 드라마의 결말 부분에 나오는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다. 우진-세계가 이수-도재에게 다가가는데, 김우진과 한세계를 연기한 여러 배우분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이수-도재를 마주보고 걸어간다. 여러 모습의 김우진과 한세계가 홍이수와 서도재에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주는 연출이라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한세계는 친구들에게, 서도재에게 받아들여지며 비로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있었다. 영화는 김우진이 홍이수에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받아들여짐은 곧 시작을 의미한다. 영화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김우진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3. 개인적인 감상


 사랑이란 불완전한 둘이 만나 비로소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공통점이라는 중심으로 엮이고 차이점으로 서로에게 없는 부분이 채워져 더 커다란 둘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의 사랑이 찜찜하게 느껴졌다. 불안정하며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던 김우진이 홍이수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온전한 한 사람이 되는 것에서 끝난 느낌이라 별로였다. 관계라는 건 어느 한쪽에서 감내해내며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야 김우진과 우진의 아버지가 홍이수-우진의 어머니에게 받아들여져 해피엔딩인 것처럼 끝났지만 홍이수는 또 다시 아프고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본인이 그것까지 감내하겠다니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어느 한 쪽이 깎이는 관계가 건강해보이지는 않는다.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았던 영화의 찜찜한 인상은 그 때문이었나보다.

     

 김우진이 세상 속에 받아들여지는 게 우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김우진과 함께하는 게 홍이수에게 긍정적인 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당장은 당신이 없는 게 더 괴롭다며 우진의 손을 잡기는 했지만 홍이수가 또 약을 먹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쩌나 걱정됐다. 

   

 특별한 사람을 원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갈망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다. 누구나 그런 것을 갈망한다. 그러니 홍이수에게 호감을 표하고 다가가고 고백을 하고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단 점은 대단하다.


 들떠서 청혼까지 하는 것도 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혼자 머리 식힐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텐데도 홍이수의 말에 덥석 결혼하자는 결론을 내는 건 너무 섣부르고 이기적인 거 아닌가? 그렇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혼이 김우진을 가정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 소속될 수 있게 해서인가? 그래도 유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증상인데 사랑 때문에 결혼이라… 뭐, 결혼한다고 다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도 아니고 영화에 뭐 그렇게 열을 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보고 ‘아, 나도 그래야만 하는 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찜찜함과는 별개로 가구와 음악이 어우러진 느낌이라던가, 분위기가 좋았다. 취향과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다. 왜 기억 속에 영상미가 예뻤다는 인상이 남아있는지 알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이수가 사랑스러웠다. 뭔가 만인의 첫사랑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사랑이 더 내 취향이었는데, 사실 드라마 초반에는 서도재의 행동이 좀 강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불편했다. 다행히 그건 둘이 사귀면서부터는 괜찮았다. 주인공 둘 다 자기혐오에 잠겨 있는 인물이지만 당차고, 특히 한세계는 뒤에서 울지언정 당하고만 있지 않고 한 방 먹일 줄 아는 성격이라 좋았다. 둘 다 직진형인데다 어설픈 밀당도 없고, 다른 인물들과의 케미도 좋고. 전반적으로 통통 튀고 인물들 간의 케미도 좋았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의 서브 커플 사라와 은호.


 드라마의 서브 커플도 좋았다. 특히 배우 이다희 씨가 연기한 강사라는 내 인생 캐릭터였다. 멋있고 귀엽고. 그렇게 야망 넘치는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면서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아쉽긴 했지만, 야망보다는 외로움이 더 큰 캐릭터였으니까…. 서도재의 비서인 정주환도 좋았다. 능력있는 비서인데 엉뚱하기도 하고 귀엽다. 배우분이 연기를 정말 잘 살리신 것 같다.


제 최애즈 보고 가세요.... (강사라와 정주환)


 같은 소재에서 출발해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소재의 차이와 매체의 차이, 그리고 제작-방영된 시기가 달랐던 것도 그 차이들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배우가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같다.


 자, 그럼 오늘의 김우진, 한세계는 여기까지. 이제 더는 이들의 여정을 함께하진 못하지만 결말 이후에도 펼쳐질 이야기 속에서 김우진과 한세계가 부디 행복하길 바라본다.




사진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4820556/

https://pixabay.com/images/id-207824/

매거진의 이전글 뷰티인사이드 리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