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이란 어떤 역경이나 시련에도 꺾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벽에 부딪혀도 탄력있게 튀어오르는 고무공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은 벽에 부딪히면 유리공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특히 한국의 교육은 이런 유리공 같은 멘탈에 일조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지금 고생하면 나중엔 그만큼 달콤한 결과가 돌아올 거야.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란다. '나중에 대학 가서 하면 되지!' 이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한국인은 없을 거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들어간 후엔 어땠는가? 마치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만 있을 것처럼 속삭이던 그 마법의 주문은 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길고 긴 12년의 수험생활이 끝나면 그 다음엔 취직이, 그 다음엔 노후준비가. 다음에는 그 다음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삶을 유예한다. 이 순간만 참으면 멋진 내일이 오니까!
그러나 그런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곤 한없이 밀려나는 미래의 안정과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끝 정도다. 우리는 미래가 무한정 주어질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확실하게 주어진 것은 현재,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다.
어려서부터 끝없이 미래를 지향하도록 설계된 한국인들의 회복탄력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오랫동안 현재를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여겨온 나도 마찬가지였다. 책에는 회복탄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문항들이 실려 있는데, 예상은 했지만 책은 내게 멘탈개복치 판정을 내렸다. 땅땅! 당신은 개복치입니다.
개복치는 조그만 상처나 수질, 빛의 변화에도 스트레스를 받아 돌연사하는 무척 예민한 물고기라고 한다. 익히 예상한 바이긴 했지만 책은 냉정하게 내게 멘탈개복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럴 수가. 내가 개복치라니. 스스로 막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책한테 선고받은 것은 또 다르다. 그러나 나처럼 멘탈개복치 판정을 받은 당신, 걱정할 것 없다. 다행히 회복탄력성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기를 수 있다.
물론 선천적인 요소와 어릴 적의 환경이 회복탄력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는 한다. 카우아이 섬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어릴 적 한 명 이상의 어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랐던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자란다고 한다. 그야 우리도 애정은 받고 자랐겠지만, 애정=무조건적인 지지는 아닌 법이니….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아보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회복탄력성까지 낮다니…. 그래도 그렇게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는 뇌의 가소성에 대해 언급한다.
'뇌의 가소성'이라니 어려워보이지만 간단하게 말해 뇌는 무한히 변화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책 <탤런트 코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책은 일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언급하며 단순히 일만 시간 동안 노력한다고 잘 하게 되는 게 아니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
꾸준히 훈련을 반복하면 관련된 신경망이 발달한다. 우리는 보통 재능이라는 것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일러스트나 소설, 축구 같은 게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면 운 나쁘게도 그것들이 없었던 시절에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은? 그들은 기껏 주어진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살아야 했던 걸까? <탤런트 코드>는 이와 같은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선천적인 요소들이나 어릴 적 환경은 분명 이와 관련된 회로가 발달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게 될 것이고, 가족들이 운동을 잘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면 다른 또래보다 운동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무의식의 영역으로까지 넘어갈 정도로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하고 체계적인, 효율적인 방법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그렇게 몸에 익은 기술은 재능이 된다.
이러한 훈련으로 몸에 익힐 수 있는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다. 회복탄력성은 긍정성에 영향을 받는다. 뇌를 긍정적인 뇌로 바꾸면 회복탄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 긍정성을 높일 수 있다.
책에서 긍정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언급되지만 대표적인 것들만 말해보자면 강점 수행하기와 감사일기 쓰기, 꾸준한 운동하기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먼저 강점 수행하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찾는 일에 능숙하다. 어려서부터 '약점을 찾아 보완하라'는 말을 들어왔고, 계속 약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놈의 약점은 아무리 노력해도 여기서 불쑥, 저기서도 불쑥 끝도 없이 눈에 띈다. 맙소사, 내가 이렇게 결함투성이인 인간이라니.
일단 진정하자. 거기 손에 든 돋보기부터 내려놓고 잠시 숨 좀 돌리자.
어쩌면 그렇게 약점이 크고 많아보이는 건 우리가 약점을 찾아 돋보기로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약점을 메우는 일에 골몰한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흔한 이야기를 하나 꺼낼 수 밖에 없다. 동물학교에 대한 이야기다.
하늘과 땅과 바다의 동물들이 모두 모여 학교를 만들었다. 이들은 하늘과 땅, 바다를 통틀어 우수한 학생을 길러내고자 했다. 이 학교에 가지각색의 동물들이 입학한다. 자, 그 다음엔 어떻게 됐을까? 독수리는 하늘을 나는 기술이 뛰어나 비행 과목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달리기와 수영에서는 형편없는 성적을 받아 낙제했다. 토끼는 달리기 수업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영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고, 비행 수업을 받다가 크게 다치고 말았다. 고래는 또 어땠을까? 그 뒤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 동물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비행과 달리기, 수영 수업 모두에서 무난한 성적을 받은 동물들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독수리가 달리기를 잘 하고 수영을 잘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서로 보는 관점도 감각도 다르다.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흥미를 느끼는 분야도 저마다 다르다.
사람은 일상 속에서 강점을 수행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는 손에 든 그 돋보기로 약점을 찾을 게 아니라 강점을 찾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약점을 찾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강점을 찾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나도 이 책에서 썩 시원한 방안을 듣지는 못했기 때문에 강점 찾기에 대해서는 아래의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겠다.
책을 구매하면 자신의 주 테마 5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코드가 실려 있다. 책 영업사원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제목은 길지만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 혁명>이라는 책이다. 워낙 제목이 길어서 책을 추천할 때면 '스트렝스 파인더'라고 검색해서 찾아보곤 한다.
사람은 같은 장면을 봐도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사람마다 주된 테마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테마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책에 소개된 여러 테마 중에 다섯 가지만 활성화 된다는 건 아니고, 주된 테마가 다섯 가지다.내 주 테마로는 복구, 공감, 성취, 회고, 지적사고가 나왔다.
이게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이것만 강점으로 꼽을 수는 없다. 흥미를 가지는 분야, 성향, 내·외적인 특성 등 찾아서 벼려낼 수 있는 강점들은 분명 많을 것이다. 다만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분들한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내게는 도움이 됐었다.
감사일기에 굳이 거창한 것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소소한 감사할 일들을 5가지씩 적어보자.
감사일기 쓰기와 꾸준한 운동하기도 긍정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감사일기를 쓸 때는 오늘도 세계가 평화로워서 감사하다는 식의 막연하고 보편적인 얘기를 적는 것보다, 오늘 친구가 떡볶이를 사줬고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쾌청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것을 적는 게 좋다.
감사일기는 그렇다쳐도 꾸준한 운동이란 말은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솔직히 목차를 읽을 때의 내가 그랬다. 이게 뭐지, 운동만능설인가…. 놀랍게도 운동은 우리 몸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몸이 영혼과 마음을 담는 그릇의 역할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섬세하게 짜여있다.
긍정성은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기조절능력이나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이렇게 늘어놓고 있자니 왠지 약을 파는 느낌도 드는데 정말이다. 긍정성은 회복탄력성을 키워준다.
보통 삶이 성공이나 실패를 향해 간다고 여기지만, 사실 성공과 실패는 시도의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매순간 시도하며 경험을 쌓아나간다. 그 경험들이 쌓여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우리는 보통 우리의 삶이 성공 아니면 실패, 이렇게 두 갈래의 길로 갈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택을 하기 직전 두려움에 잠긴다. 혹시 내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다들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성공과 실패는 내 삶이 도달할 어떤 종착지 같은 게 아니다. 성공과 실패는 새로운 시도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시도의 결과로 경험을 얻는다.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다.' 하루하루 선택을 쌓아나가며 우리는 그저 조금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갈 뿐이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손님들께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겨내며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죠. (p.159)
그리고 그 꿈을 이미 견뎌 낸 이상, 그건 더 이상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의 업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p.161)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 中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버릇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 그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너무도 쉽게 해버리는 그 일을 하지 못해 애를 끓이곤 했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게 된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과거의 어렵고 힘들었던 일,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괴롭힌다. 그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지금의 어렵고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그게 인생에 좋은 거름이 될 거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원래 타인의 짐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주 쉽다. 나도 멘탈개복치로 지금 닥친 일들에 끙끙거리기 바쁜데 뭘.
그래도 지금까지 그 많은 어려움을 겪고 비틀거리면서도 지금 여기 서있는 나에게 박수를 보낼 여유 정도는 허락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어느 날, 이제 조금은 다시 일어나 걸어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며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