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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민혁 Jan 08. 2022

글로벌 금융 과외 <브라질 편 2>

<브라질 편> 2. 브라질의 물가와 세금

브라질의 물가는 한국과 비교해서 1.5배 정도 비싼 느낌입니다. 생수 500ml 1병 1,800원, 빅맥 세트가 9천 원, 한국에서 60만 원인 텔레비전이 브라질에서 150만 원, 3천만 원대의 자동차가 브라질에서는 5천만 원 대이니까요.
 

브라질의 물가가 높은 이유는 첫째, 브라질의 화폐인 헤알(R$)의 가치가 꾸준히 하락해서 수입 제품의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1달러($): 1 헤알(R$) 일 때는 1 헤알(R$)만 있어도 해외에서 1달러($) 짜리 물건을 사 올 수 있지만, 1달러($): 2 헤알(R$)이 되면 2 헤알(R$)을 내야 1달러($) 짜리 제품을 사 올 수 있으니 물건 값이 비싸지게 되는 것이지요.


둘째, 인프라가 좋지 못해서 운송비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15년 동안 인프라 투자에 GDP의 2.4%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았고 (한국 2.9%, 일본 3.2% 투자), 전체 도로 중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15%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건 값이 비싼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인데요. 브라질에서는 상품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0%나 됩니다. 게다가 수입품에는 관세까지 붙는데요. 일례로 수입 에어컨의 가격은 2,000 헤알인데 그중 1,100 헤알이 세금입니다. 이렇게 되면 에어컨을 사기 위해 세금을 낸 것인지, 아니면 세금을 내니까 에어컨을 선물로 받은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또한 물건 값에 세금이 많이 포함되니 기업들은 물건 값을 낮추기 위해 더 싼 원료와 저렴한 노동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이것은 브라질 기업들이 만든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브라질인의 평균 월급은 한국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한데요. 바로 할부로 사는 것입니다. 브라질에서는 할부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는 약간 다른데요. 한국에서는 3~6개월, 길면 36개월 할부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브라질에서는 보통 60개월(5년), 72개월(6년), 84개월(7년) 할부로 사는 것이 관례입니다.
 
물건을 사서 5년~7년 동안 나눠서 갚으니까 당장 부담은 없을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또 다른 물건도 할부로 사기 때문에 빚은 계속 불어갈 것입니다.(브라질인들은 운동화와 같이 비싸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도 할부로 사는 경향이 강합니다)


할부는 미래 소득을 현재로 당겨서 지금 쓰는 것인데요. 미래를 저당 잡고 물건을 샀으니 할부가 끝날 때까지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사용 가능한 돈이 없어서 큰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할부 이자율이 10%라면 1년에 10%를 의미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월’ 10%를 의미합니다. 이자율이 어떻게 월 10%나 되는지 믿기 어렵지만, 브라질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정부가 연 10%에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빌리고 있으니, 일반 개인은 훨씬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브라질 금융 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 상품 중 하나가 리볼빙 카드 (Revolving Card, 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카드)입니다. 매달 이자와 원금을 분할해서 갚는 방식이 할부라면, 리볼빙 카드는 매달 최소 결제 비율만큼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리볼빙 카드는 당장에는 부담이 없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낭패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갚지 않는 금액에 이자가 계속 붙기 때문인데요. 자산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복리로써, 재산을 복리로 늘려야 하는데 리볼빙 카드는 빚을 복리로 늘립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빚과 뱃살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금방 갚거나 금방 뺄 수 있을 것 같지만 좀처럼 맘대로 되지 않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 것이지요)


브라질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도 40%에 육박할 정도인데요. 고객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면 브라질의 은행들은 예금 이자로 10만 원 주고 대출해간 기업에게는 50만 원의 대출 이자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라 덜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 세계 은행에 적용되는 3:6:3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금자에게 주는 예금금리가 3%, 은행이 대출해 주는 대출금리가 6%, 그리고 이에 따라 은행이 얻는 수익이 3%라는 것이죠. 하지만 브라질은 무려 10: 50: 40으로 은행이 얻는 수익이 40%나 됩니다.

브라질에서 탁자나 소파 같은 물건을 주문하면 물건을 받는 데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데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높은 이자율 때문입니다. 자신의 돈으로 먼저 재료를 사 와서 만들기보다는 그 돈을 예금해 놓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고, 빌린 돈으로 미리 재고를 만들어 놓으면 갚아야 할 높은 이자 때문에 물건을 팔아도 남는 것이 적습니다. 따라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물건을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물건 받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5대 은행들은 브라질 금융시장에서 9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가지고 담합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얼마나 잘 버는지 5대 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브라질 300여 개 주요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많을 정도입니다. 브라질 은행들이 너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브라질 금융회사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정부가 법인세로 무려 45%를 걷어가니 이익을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대출금리를 높게 매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라질 정부는 이 막대한 세금을 걷어 대체 어디에 쓰고 있는 것일까요? 

예산의 32%는 정부의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쓰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이자만 갚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합니다. 브라질은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이자만 갚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합니다. 


예산의 약 20%는 연금 지급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GDP 대비 연금 사용 비율: 브라질 12%, 한국 3%, 미국 7%, 일본 9%, OECD 평균 7.5%) 남자는 56세부터 퇴직 전 임금의 70%를, 여성은 53세부터 퇴직 전 임금의 53%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군인 연금이 특히나 심한데요. 현재 대통령인 보우소나루Bolsonaro 대통령은 대위로 제대한 뒤 33살부터 연금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특권 그룹이 계속해서 연금 개혁에 강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브라질도 점점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과도한 연금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외에도 사회복지, 공무원 임금, 공공사업예산 등으로 30%의 예산을 쓰고 있는데요. 위와 같이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은 전체 예산의 10%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월급을 받았는데 90%는 반드시 지출되는 고정비로 나가고 10%만 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죠.



국민들도 연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가운데, 다행히도 2019년 말 브라질 정부에서는 연금을 개혁하기로 하였습니다. 연금 수령 나이를 남자 56세에서 65세, 여자 53세에서 62세로 약 10년씩 늘린 것이죠. 하지만 브라질 연금 개혁에 대한 기존 수혜자들의 반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역대 정권들이 모두 실패했는데요. 과연 개혁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지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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