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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영 Nov 21. 2023

금배지 독점하려는 고인 물, 찬탈하려는 신인

조간신문으로 읽는 요즘의 정치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성향이 다른 두 조간신문을 읽고 최근의 정치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한다. 2023년 11월 21일은 조선일보 10면의 <"송영길 9회, 이인영 6회 공천...이게 민주당의 현실"> 인터뷰 기사와 경향신문 5면의 <'총선 등판설' 한동훈 놓고 국민의힘 '엇갈린 셈법'> 분석기사를 읽었다.


86 정치권 몰아내고…이제는 주목받고 픈 정치신인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강남구의원을 지낸 여선웅 씨의 인터뷰를 담았다.


여 전 행정관은 "민주당은 선민의식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내가 맞는다'는 운동권 주류의 세계관이 가장 큰 문제"라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번,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6번 공천을 받았는데 왜 정치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 이 의원과 같은 '86 운동권(1980년대에 대학에 다닌 1960년대생)'이 이번 총선에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 전 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이후에도 노동운동을 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 국회의원 당선돼 쭉 정치인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 의원 역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다. NL(민족해방) 운동을 하다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됐다.


이때는 확실히 이들이 차세대 정치인이었다. 민주화를 이뤄내는 것이 시대정신이었기 때문에 (둘의 노선이 '민족해방'이었다는 점은 별론으로) 사회 운동을 주도한 이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고 본다.


하지만 '민주 대 반(反) 민주'의 시대는 지났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보기엔 힘들다. 이제는 '먹고사니즘'이 제일가는 이념이다.


여 전 행정관은 정당이 친기업 실용주의, 민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진보진영 부동산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실거주 의무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여 전 행정관은 쏘카나 직방 등 기업에도 몸담은 바 있다. 결국 여 전 행정관은 자신과 같은 신인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어필하는 모양새다.


한동훈은 내 공천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


경향신문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총선 출마를 놓고 여권이 계산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두드리고 있다는 점을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주류는 한 장관을 '이준석 신당' 대응 카드로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힘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이준석 신당이다. 이준석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보수·중도표를 가져가면 국민의힘은 죽도밥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한 장관이 총선 판에서 뛰면 최악의 결과를 막아줄 거란 계산이다.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은 매번 이슈가 되므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이준석 신당에 쏠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한 장관은 신선한 인물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관심도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한 장관의 출마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영남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은 탐탁지 않은 분위기라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중진 정치인들은 한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이 '한동훈당'이 되는 경우를 걱정한다. 한 장관이 자신과 결이 같은 검사와 대통령실 참모 출신에 힘을 실어주면서, 본인들의 공천은 불리해질 거란 판단이다.


금배지 독점하려는 고인 물과 찬탈하려는 신인


결국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금배지를 죽을 때까지 달고 싶은 중진들과 어떻게든 여의도에 입성하고픈 정치 신인들의 셈법이 복잡한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지난 강서구청장 선거를 계기로 어느 정도 정치인 물갈이는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보수이념과 텃밭 관리에 몰두하다 중도층 민심을 모조리 잃어버리면서다. 일종의 예방주사였달까. 혁신위 주장대로 영남의 중진들이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험지로 간다면, 그만큼 새로운 인물이 활약할 틈이 생긴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현재 민주당으로선 딱히 86 기득권들을 흔들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혔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이대로라면 총선 표심이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중도층만 확실히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이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언제까지고 86 운동권의 전유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젊은 정치 신인들은 기득권의 눈에 들기 위해 86 운동권과 똑같은 정치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대패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래야 86 운동권이 세를 잃고 물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불이 나면 당장 숲은 타겠지만, 회복되면서 더 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처럼.


말하자면 '창조적 파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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