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날이었다.
한참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던 중, 그의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전하라고 했다며,
“오늘 상견례는 너희가 결혼하기 위한 자리니까,
식사비는 너희 둘이 반반씩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멍해졌다.
그게 지금 이 시점에 꼭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인가.
내가 상상했던 상견례는 이랬다.
양쪽 부모님이 화기애애하게 서로의 자녀들에 대한 덕담을 하고,
기분 좋게 술도 한잔씩 나누고,
그리고 마지막엔 서로 식사비를 계산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물론 결국엔 목소리 크고, 계산하기 좋아하는 아빠가 내시겠지만...
언니들의 상견례 후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본 드라마 속 장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그렇게 따뜻한 분위기를 기대했었다.
나는 통화를 마치기도 전에 울컥 눈물이 났다.
뭐가 그렇게도 서러웠을까...
예비 시어머니의 계산 방식이 인색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건,
그 말을 나에게 고스란히 전하는 그 사람이었다.
상견례 자리에 나가지 말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럴 용기까지는 없었다.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부모님을 모시고 나갔다.
가는 길에 엄마는 자초지종을 물었고,
나는 식사비 이야기를 전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다.
“원래 상견례는 딸 가진 집에서 내는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런데 나는, 괜찮지 않았다.
부모님 앞에서 너무 창피하고 민망했다.
설명도, 변명도 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그 이후에도
결혼 준비를 하며
돌이키고 싶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벌여놓은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빠른 시점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는 다들 다투게 마련'이라는 말에, 자꾸 나를 합리화했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