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일상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요 근래 몸이 별로 좋지 않다.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 외에 딱히 하는 운동이 없어서 걷기 운동 겸 거의 매일 밖에 나갔다. 11월의 아테네는 따뜻하다. 해를 등지고 걸을 때는 등에 땀이 날 정도다. 계절 변화를 사람들의 복장으로 느낀다.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 날씨에 이들은 패딩점퍼와 스웨터를 입는다. 겨울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곳에서는 겨울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뜰 즈음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좀 피곤하면 버스도 탔다가 하면서 딱히 목적 없이 돌아다녔다. 걷다가 단골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 놓고 햇빛을 쬐었다. 또 다른 날에는 지하철을 타고 종종 들르는 쇼핑몰에 갔다. 꼭대기 층에 식당과 카페가 있는데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정면에서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보며 햇볕을 쬐었다.
또 하루는 오랜만에 시내 한복판으로 외출을 했다. 신타그마에서 모나스티라키까지 걸었다. 시내에 나온 김에 집에 똑떨어진 커피콩도 샀다. 언제 볶았냐고 했더니 볶은 지 4일 됐단다. 만족스러운 구매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좀 더 걸었다. 모나스티라키 광장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든다. 광장 옆 루프탑 카페로 올라가니 모나스티라키 광장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오후 4시의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다.
지극히 아무 일도 없는 이런 나날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11월의 햇살을 온몸 가득히 끌어안으며 걷다 보면 이 환절기 앓이도 넘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