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여행: 니코시아-오모도스-리마솔
다음 날, 사이프러스의 수도 니코시아에 갔다. 엘레니에 의하면 사이프러스는 최근 20-30년 사이에 도시들이 급성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외관은 매우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화장실을 찾기 힘든 아테네와는 달리 도시 곳곳에 깨끗한 공공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 신도시와 구도시를 가로지르는 지점에 동대문의 DDP가 연상되는 Θεατράκι Πλατείας Ελευθερίας(자유의 광장)라는 큰 공원이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휴식하기 좋은 장소다.
공원 건너편 올드 타운을 걷다 보면 금세 북 사이프러스 국경을 만날 수 있다. 간단한 출입국 절차를 거쳐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이동이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한참을 무작정 걷다가 이제는 취미 중 하나가 돼버린 ‘커피집 찾아다니기’를 이곳에서도 해 보았다. 주로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는데 그리스에서는 신선하게 볶은 스페셜티 원두를 찾는 것이 한국만큼 쉽지 않다. 이곳 사람들에게 커피는 일상이지만 주로 에스프레소나 그릭 커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스페셜티 원두를 매일 볶는 집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처음에 그리스에 왔을 때 그런 가게를 찾느라 좀 헤맸지만 이제는 몇 군데 찾아서 내가 원하는 원두를 정기적으로 주문해 먹는다.
신도시 쪽으로 넘어와서 구글맵에 나와 있는 카페들을 살펴보다가 평이 좋은 집을 하나 발견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꽤 여러 종류의 원두를 로스팅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 휴대폰 충전도 할 겸 테이블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카푸치노는 만족스러웠다. 더운 날씨에 오래 걸어서 힘들었는데 이 카페에서 좀 쉬면서 나 역시 충전했다. 진열되어 있는 원두를 살펴보다가 오랜만에 과테말라 원두를 한 팩 주문하고 한 잔을 핸드드립으로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정성껏 내린 커피 한 잔에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엘레니를 만나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계곡으로 올라갔다. 사이프러스에는 “펜타다흐딜로스“라는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맥이 있는데 그곳 계곡에 송어들이 산다. 계곡물이 흐르는 식당에서 송어 구이와 사이프러스 전통 메뉴 메쩨(Mezze)를 먹었다. 한정식처럼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나와 사이프러스의 전통 음식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 산악 지대는 평지와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여름 휴양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 날도 기온이 28도를 웃돌았는데 이곳 기온은 15도 내외여서 쌀쌀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의 오래된 산골마을 중 하나인 오모도스(Omodos)를 방문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대문들과 노란 벽돌, 오밀조밀한 골목들이 조화로운 곳이다. 잠깐의 산책 후 산을 넘어 리마솔로 향했다.
리마솔에 사는 안토니아를 만나려고 마리나 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해변을 산책했고 건너편에 있는 올드 타운 거리를 구경했다. 리마솔은 현재 사이프러스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계속 성장 중이다. 현대적인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지금도 여러 높은 빌딩들이 건축 중에 있다. 면세 혜택으로 많은 해외 자본들이 들어와 있다. 해변을 따라 각종 호텔과 편의시설들이 이어져 있는 깨끗한 도시다.
많이 걷고 많이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사이프러스에서의 둘째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