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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뿔 Aug 14. 2022

사람은 자신만의 향기를 가져야 한다.

문득 지인이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신만의 향기를 가져야 한다.'

자신만의 향수를 가지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가 냄새를 풍기고 다녔음을 깨달았습니다.

땀 냄새며 입냄새, 머리냄새, 음식냄새, 콤콤한 발코랑내까지.....

무수한 냄새를 풍기는 존재였던 겁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좀 씻고 다녀라"라는 말을 돌려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죠.

나는 잘 맡을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개체 특유의 냄새.. 숨결이나 땀내 같은 것

어쩌면 나에겐 향기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고약할 수도 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마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알아차리고 있지만 

나는 그들이 어떤 냄새로 나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당혹감은 

미처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의 결점을 생면부지의 타인이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레벨의 불안감을 야기시킵니다.

 

코가 냄새를 맡는 기능은 지속적인 자극에는 둔감해지는 특징이 있어서  

비록 내가 온갖 냄새를 피우고 있더라도 정작 나는 나의 냄새에 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이 생겨나게 되겠죠.....


거울을 보고 몸을 깨끗이 하며 향수를 뿌림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하죠.

향수는 매력을 어필하려고 하는 의도와 함께 악취를 덮는 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그 향을 조절하지 못한다거나 악취를 가리지 못하는 경우에는 향수를 쓰지 않을 때보다 더 큰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종종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내가 막상 타인을 대하는 '나'를 볼 수가 없으므로 

타인에게 내가 어떤 인상으로 비춰질 지에 대해서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사는 동안 그런 인상에 대해 무관심했다고 생각하면 그 뿐이었습니다.

무관심이라기 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을 미처 몰랐던 겁니다.


타인에게 내가 어떤 인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개미사회는 페로몬으로 소통을 합니다.

여왕개미의 페로몬은 절대적인 힘을 갖지요.


인간사회에도 분명 페로몬과도 같은 향기가 통하는 메카니즘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향수'라는  소설이 있었죠....

부제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후각의 천재입니다.

18세기 프랑스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불행한 삶 속에서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천재적인 후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향기를 소유하고 싶어서 향수를 만듭니다.

향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향기를 가진 사람을 죽여야 했습니다.

그는 향수를 가지고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었고 존재를 지울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찬미하며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절대적인 향수를 만들지만

종국에는 이유없이 두들겨패고 싶은 향수를 만들어서 자살을 택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를 추종한다거나 누군가를 꺼려한다면

어쩌면 그들의 향기가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대목입니다.


좋은 냄새를 맡으면 기억력과 기분, 에너지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인간의 후각은 수천가지의 향기를 구별할 수 있고 미각보다 1만 배나 정교하다. 

우리 코 안에는 수 백만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가 냄새를 감지했을 때 그 정보를 뇌 속에 있는 후각 신경구에 전달하고 

여기서 신호를 분류해 둘레계통(대뇌변연계)에 전달을 한다. 

뇌의 이 부위가 기억력과 감정뿐만 아니라 먹고, 싸우고, 도망가는 등의 기본적인 행위와 쾌락, 심지어는 중독까지 지배를 한다.

이 때문에 향수로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고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향상시키며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은 향기로 통증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향수가 아니더라도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옳고 바른 삶을 살아온 어른들에게서 배어 나오는 향기입니다.

자신이 나이를 먹은 만큼 그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신념과 그 결과로 인한 깊이가 바로 향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끌리게 되는 향기 중에는 

자존감이나 신념과는 또 다른 내면적인 향기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삶에 대한 신념으로 해서 더욱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스스로의 신념이 향기가 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더더욱 어려운 것이 배려에서 오는 향기일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배려는 받는 사람이나 베푸는 사람이나 똑같이 향기가 배어들어서 보는 사람마저 가만히 미소짓게 합니다.


내면의 향기는 10월에 나는 금목서의 향과 같습니다. 

금목서는 만리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요.

금목서가 자생하는 산 근처에는 어딘지 모르게 그 꽃향기가 번져납니다.


꽃 가까이 에서 또는 꽃이 보이지 않더라도

거리와 상관없이 한결같은 은은함으로 신비감까지 묻어나는 그런 향기입니다. 

난초의 오연한 향기나 노골적인 장미의 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격이 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꽃이 있지만  제각기 다른 향기를 품고 있듯이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고유한 향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젊은 날에는 청춘의 짙은 향에 가려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처럼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신만의 향기를 가져야 할 것같습니다.


지금은 그 향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향기를 덮고 있던 무수한 냄새들을 하나씩 지워 나갈 수 있다면 과연 나의 향기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법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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