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은 이유는?

by 해솔은정


12월에 신입교육에 다녀왔던 재경이는 재잘재잘 이야기를 전해준다.

1주 차 금요일에 받았던 교육 중 "삶을 예술로 가꿔가는 이유"라는 주제의 강의가 무척 좋았는데

평소에 엄마가 하는 이야기랑 비슷해서 재미있고 흥미 있게 들었다고 내게도 전해준다.

그 도입부의 질문이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엄마도 대답해 보라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를 대야겠지?"라고 하니

"어! 맞아요!"

"이 질문의 핵심은 등 푸른 생선이 아니라 ‘각자의 생각’이었어요."

우리는 평생 정답을 잘 말하는 훈련을 받아왔다.

그래서 “왜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을까?”라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지만 질문이 바뀌면 우리는 갑자기 멈칫하게 된다.

“너의 생각은 뭐니?”

그때 우리는 흔히 타인의 말이나 과학적 근거를 빌려온다.

그런데 정말 나의 생각’이라는 건 그런 걸까?


내가 생각한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은 이유는

그 생선이 깊고 푸른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면서도
그 깊은 바다 안에서 수많은 적들과 싸우며
자기 삶을 끝까지 살아낸 생선이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의 압력, 포식자의 위협, 끝없는 이동과 생존.

그 모든 경험들이 고등어의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등 푸른 생선의 등은 하늘과 바다의 색을 닮아 있다.

위에서 보면 바다처럼 보여 포식자에게 숨겨지고 아래에서 보면 하늘빛처럼 보여 역시 보호된다.

즉, 등 푸른색은 눈에 띄기 위한 색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색인 거다.

푸른 등은 장식이 아니라 생존의 흔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등이 푸른 생선들을 먹으면서 영양 성분만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그 생선이 살아낸 경험의 밀도를 함께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삶은 경험이고,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삶은 마음껏 경험하고 누리고 향유하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삶은 내가 겪어가는 이 시간들을 나의 생각과 감정을 떠올려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서

기록을 남겨보는 거다. 더 아름다운 건 그 생각과 말과 행위가 일치하는 삶으로 잘 살아가는 거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나의 부모님이 내게 전해주시고, 나의 남편이 그리 소망했던 현재의 시간들을

지금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로 또 전해주는 그 시간들이 나의 삶이다.

재경이와 윤서가 자신의 삶을 경험해서 내게 전해줄 때, 나도 공감하며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성장해 가는 부모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삶 자체가 내게 예술이다.

재경 이야기를 듣고 시를 써서 들려주니

재경이가 "엄마, 외할아버지 딸 맞네!"라고 한다.

아버지에게서 나에게로 다시 나의 아이들에게로.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등 푸른 생선


김은정


몸속에 하늘을 새겨 넣었다.

닿을 수 없는 저곳

몸속에 바다를 새겨 넣었다.
떠날 수 없는 이곳

욕망과 두려움은
몸에 서슬 퍼런 빛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깊은 바다를 헤엄치며
도망치고,
숨고,
싸우고,
버텨온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은빛 나는 푸르스름으로
쌓여간다.

너는 너의 삶을

잘 살아내어
마침내
나에게로 왔구나.


나의 한 끼로

나의 몸으로 들어와
나의 삶이 되어주는구나.


등 푸른 고등어를 먹으며

내 가슴에 남은
푸른 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의 이 푸르름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고,
밥이 되고,
하루를 건네는
삶이 되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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