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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빙 Dec 26. 2023

[사색] 계절을 사랑한다는 것

220829

 바람이 점점 선선해지는 것이 느껴지더니, 오늘 밖으로 나갔을 때 반팔입은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여름일 듯하더니 금세 가을이 되어버렸다.


나는 겨울보다는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의 내리쬐는 햇빛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생동력이 느껴진다. 이번 여름은 특히나 더 여름 같은 여름이었다. 생명력이 있는, 살아있는 여름이었다. 여름을 온전히 만끽한 여름이었다.


원래는 가을을 좋아했다. 가을 하면 청명함이 떠올랐고 거리를 형형색색 물들이는 단풍이 좋았다. 지금도 가을을 좋아하지만 가을의 찬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어딘가 쓸쓸한 기분이 든다.


가을 하면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것은 대학교 1학년때의 그 공기다. 가장 선명한 기억은 기숙사 방에 비친 노을이다. 빨갛고 노란 진한 빛을 내는 노을이 기억난다. 약간 시리고 쓸쓸한 그 느낌. 그리고 그 쓸쓸함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봤던 책들과 영화와 공연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쓸쓸함이 느껴지지만 이상하게도 낭만 있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그 계절을 준비하는 태도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그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고, 그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들은 계절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해 장식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기는 것. 여름에는 여름옷을 준비하고, 가을에는 가을 옷을 준비하는 것. 단풍이 들 때는 단풍놀이를 가고, 벚꽃이 필 때는 벚꽃을 구경하러 가는 행위는 계절에 대한 사랑을 키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러한 행위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겨울도 준비해볼까 한다. 겨울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내 인생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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