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윤 May 09. 2021

울어도 된다 아니 울어봐야 된다

그 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해가 진 늦은 저녁, 남편과 감자와 산책을 나간 근처 공원 산책로에서 자꾸만 무언가가 내 다리에 와서 부딪히며 내 주위를 맴돈다. 작은 날벌레라기엔 너무나 묵직하고 손으로 내쫓아 봐도 쉽사리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요 녀석들은 한 마리 쫒아 냈나 싶으면 또 다른 것이 와서 내 주위를 맴돈다.  미국의 길거리는 가로등이 거의 없어 이것의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더 무서웠다. 공원 산책길 주변에 있는 가정집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비친 그 생물은 꼭 벌 같이 보였는데, 벌을 유독 무서워하는 나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를 벌이라고 단정하고 "엄마야~" 소리 지르며 그것들을 피해 요리조리 달아나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핸드폰 플래시 라이트를 켠 남편 덕에 그 벌레의 정체를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더 미궁에 빠졌다

"이게 대체 뭐야?"

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은 날파리도 아닌 것이, 꼭 크기는 시골에서 보는 똥파리 만하고, 갈색의 작은

생물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불빛을 쫒아 더 몰려드는 벌레들 때문에 우리는 플래시 라이트를 끌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물거나 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저 앞에서 무언가 반짝인다.

수풀 위를 수놓으며 날아다니는 것은,

.

.

.

.

.

.


반딧불!

잔디밭 위를 반짝이며 수놓는 것들은 반딧불이들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두 눈으로 실제로 보는 반딧불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잔디밭 위를 날아다니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이 작은 생물체들은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빛을 내고 있었다.

카메라에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 반딧불이들이 내뿜는 작은 빛들은 주차장에 있는 가로등에서 나오는 불빛들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아름답게 반짝였다. 마치 작은 요정들이 밤새 인간세상을 위해 무슨 일을 벌이는 것처럼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광경에 남편과 나는 한동안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고서도, 내 인생 첫 반딧불이들의 축제 현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밤새도록 이라도 보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반짝임들.





아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 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반딧불이는 1년 이상을 애벌레와 번데기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면 이슬만 먹고 그렇게 15일가량을 빛을 내뿜으며 짝을 찾아 알을 놓고는, 짧은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애벌레로서 수없는 위험을 지나야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갑갑하고 무의미한 것 같은  번데기의 시절을 묵묵히 거쳐, 끝내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반딧불이!

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름답게 빛나는 반딧불이뿐이다. “아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말했던 어린 왕자 속 여우의 말처럼, 그것이 거쳐야 했던 수많은 고난과, 인내의 시간은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지금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반딧불이를 존재하게 만든 것이다.


빛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빛은 세상을 비추고, 그리고 우리는 그 빛을 본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빛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눈물을 흘렸는지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한다. 그 시간이 모여 빛을 뿜는 그가 되었음에도.

내 고통의 시간 뒤에도 빛을 내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내 인내의 눈물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다들 애완악어한 마리씩은 키우시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