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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Jun 05. 2020

11# 마지막 퇴사 일기

드디어, 회사와 완전히 마무리를 지었다.


퇴사하고 일주일쯤 지나서 퇴직신고를 해줬고, 내 우려와는 달리 5월 남은 급여도 제 날짜에 잘 입금되었다.

반토막이 난 월급을 보고 잠시나마 아 그래도 말일까지 꽉 채워서 그만둘걸 그랬나? 했다. 이거 이거 배부르고 할 일 없으니 예전에 힘들어서 그만둔 건 기억이 안 났나 보다.


고용보험 상실 내역을 조회하니 5월 19일 자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상실되었다. 그러면 늦어도 6월 2일에는 퇴직금이 입금되어야 될 텐데, 회사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냥 기다릴까. 아냐 그래도 이건 확실히 해둬야지.


오랜만에 회사에 전화를 했다.

인사담당자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지만, 회사 일인데 개인 연락처로 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사에 전화를 하니 사무보조 인턴이 전화를 받았다.

저 **팀에서 근무하던 누구누군데요. 퇴직금이 들어올 때가 됐는데 아직 처리가 안된 것 같아서요. 하니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담당자를 바꿔준다고 했다.

아니 나 그 사람이랑 전화하기 싫었는데.




안 그래도 연락 한번 하려고 했다고. 퇴직금 기다렸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얄밉던지. 사람이 싫으니까 별게 다 밉다. 내가 태어나서 싫어했던 사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게 싫어했던 사람이니. 


네. 그때 휴가 중이셔서 어떻게 처리된다 이야기를 못 들어서요.

아 맞아 맞아. 퇴직금은 오늘 중으로 들어갈 거예요. 그동안 내부적으로 품의 올리고 이것저것 처리할 게 있어서 연락이 늦었네요.


음. 연락은 내 쪽에서 먼저 한 것 같지만. 뭐 그래 오늘 입금해준다니까.


오늘 입금된다던 퇴직금은 은행 영업시간이 지나도록 입금되지 않았다. 혹시나 퇴근 시간쯤에 입금되려나 하고 기다렸지만 그럴 리가 없지. 작은 희망을 갖고 자정까지 기다렸지만 내 퇴직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림 출처 https://m.blog.naver.com/azzi_01/221972262818


왜 안 주는 거야. 어제 준다면서.


오전에 인사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오늘 오전 중에는 들어간다고 한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어떤 말도 없는 게 얄미웠지만. 이제 더 이상 안 볼 사람인데. 그냥 참자.

퇴직금은 정말 오전을 넘기지 않고 11시 50분쯤에 입금되었다.


개인 메일 하나만 알려달라고. 퇴직금 정산서 보내준다고 했다. 나는 메일을 알려줬는데. 이번 주가 끝나도록 내 Gmail엔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예상보다 퇴직금이 많이 들어와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뒤탈 없게 받아는 둬야지. 다음 주에도 메일이 오지 않으면 한 번 연락을 해봐야겠다.




생각보다 길어진 퇴사 일기가 정말 끝이 났다. 회사와 대학원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려고 시작한 일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해주기도 했다.

퇴사 일기 9편은 조회수가 2만을 넘었으니. 늘어나는 조회수를 보고 겁이 나기도 했다. 악플을 보고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몇몇 꼰대 같은 댓글들을 보면서 직장 상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구나. 회사 생활 거기서 거기야. 했던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다짜고짜 반말을 하며 내 퇴사 일기를 비웃는 댓글이었는데.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라 절대 싸움에 응하지 않는다. 뭐야. 겁나 기분 나쁘게 하네? 신고하고 댓글을 삭제했다.

병먹금 최고!


퇴사 일기가 끝났으니. 이제는 대학원 일기를 써 볼까나.

실험실 출근까지는 일주일 정도 여유가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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