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다른 주말과는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토익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타는 아침 지하철.
오른쪽에서 쿵 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아저씨가 내가 앉은 칸으로 들어오셨다.
크로스백을 메고, 한 손으로 전단지를 나눠주시는데 다른 한 손은 없었다.
몸이 불편하시구나. 생각하고 무심코 내 앞에 놓인 종이를 봤다.
보지 말걸.
글을 읽고 아저씨를 다시 보니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보였다.
회색 티셔츠가 축축해질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그날 지하철은 아주 시원했는데. 불편한 몸으로 첫 칸에서부터 여기까지 오셨나 보다.
종이에 인쇄된 아저씨의 성함 석자가 계속 밟혔다.
내 마음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얼마의 금액을 보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아저씨는 벌써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종이를 가져가셨다.
미처 외우지 못한 계좌번호에 입금을 할 수는 없고, 아저씨의 성함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진채 지하철을 내렸다.
선뜻 누군가를 위해 기부할 여유도 없으면서 알량한 동정심만 가진 나는, 그 8호선 지하철 속 누군가는 아저씨에게 기부했을 것이라 믿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