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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n 19. 2022

대만 산책

인사와 선물

#대만산책_류영하_이숲


대만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거대한 중국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섬.

본토와 다른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반도체 강국.

천재 해커 출신의 트랜스젠더 디지털 장관(지난 12월 한국 4차 산업 혁명 글로벌 콘퍼런스에 연설자로 초청했다가 당일 새벽 취소하는 바람에 논란이 있었다.)이 있다 하니 성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진 나라겠다 하는 정도였다.


그 밖의 부분은 마치 회색 안개가 뒤덮은 것처럼 희미해 무엇 하나 구체적인 게 없었다.


'대만 산책'은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과 교수가 칭화대학에 머문 6개월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산책하며 떠오르는 생각을 적듯 술술 풀어서 쓴 책이다.


'이렇게 책을 쓸 수도 있구나!'

대만의 문화와 역사, 종교, 대만인에 대해 쓰는 방식이 신선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50년 겪었음에도 대만은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인들과 다르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싫든 좋든 우리의 역사다."

"역사는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실재한 사실이다."

p61


대만인들은 역사를 철저하게 현실로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일본이 남긴 역사도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한다. 빵, 과자 같은 것들. 땅값 비싼 타이베이 중심지에 일본인이 설계한 총통부의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일본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대만인들이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의 식민 지배와 국민당 체제를 겪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대만은 1624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식민 지배(38년), 1642년 스페인의 지배(17년)를 겪었다. 일본 패망 후 1987년까지 32년간 계엄하에 있었다. 대만인의 예의 바르고 친절한 태도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한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은 민주와 자유를 갈망하는 대만인들의 기대를 꺾고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다. 대만인들을 2등 국민으로 차별했다. 한국의 5.18과 흡사한 2.28 사건이 터졌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저자는 대만인의 정신을 '포용과 절도'로 바라본다.


책의 내용이 아기자기하다.

읽다 보면 어느덧 회색 빛깔이 사라지고 대만이 알록달록한 천연색으로 살아난다. 골목, 식당, 음식, 다양한 서점, 주고받는 인사.


여성과 동성애자를 위한 서점,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의 성인을 위한 특화된 서점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이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는 뜻이겠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최전선에 위치한 대만을 보면 대만의 속담이 떠오른다.

"아무 공격도 안 하는 것이 최선의 공격이다."


원주민, 대만인, 대륙인, 다단한 인종이 모인 만큼 대만의 사회도 복잡한 이슈를 안고 있다.

칭화대학 앞에는 장제스를 모셔놓은 사당이 있다. 장제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곳에 난입해 페인트를 뿌렸을 때 설립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왜 다른 사람의 존경할 권리를 방해하는가?"


책을 덮은 후 나는 저자의 구순 아버지가 한 조언을 대만인들의 선물 예절과 함께 마음에 담았다.


"멀리서 고개만 까딱하는 건 인사가 아니다. 다가가서 할 만 마디라도 나누는 게 바른 인사다." "자잘한 선물을 아끼지 말라." 나이 들수록 인생은 결국 서로 인사하는 것인지 모른다. 어른에게든, 아이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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