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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재 Jun 13. 2022

구름 위에는 뭐가 있을까?

구름 위에는 뭐가 있을까?

작은 마을에 한 소년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였습니다.

소년 또한 매일 나무를 베어 내다 팔았습니다.

소년과 어머니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소년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나무를 베었습니다.

소년의 유일한 휴식은 자신이 벤 나무의 밑둥에 앉아 하늘을 보는 것 이였습니다.

소년이 하늘을 볼 때면 그 곳에는 항상 구름이 있었습니다.

새파란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이 너무나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마치 불행의 골짜기에 빠져있는 나를 태워 구름 너머의 행복한 세상으로 보내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도피의 시간도 소년에게는 사치였습니다. 

소년은 오늘의 생계를 위하여 또 다시 나무를 베어야 했습니다.

어느 덧 소년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형편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점점 노쇠하여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약했던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은 빚 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에도 소년은 나무를 베어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남긴 빚을 갚아야 했습니다.

그날도 나무를 베던 소년은 잠시 자신이 벤 나무의 밑둥에 앉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맑았던 그날의 구름은 더욱 선명하게 소년의 위에 떠 있었습니다.

구름을 보던 소년의 눈에 눈물이 쏟아 졌습니다.

현재의 모든 것이 슬펐습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년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남아있는 모든 힘을 쥐어짠 듯 소년은 말했습니다.


“힘들다…”


바람도 없던 그날의 구름은 움직이지도 않고 소년의 위에 떠 있었습니다.

구름은 마치 소년에게 

‘그곳에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은 없어. 이 위로 올라와’

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도망칠 곳 없던 소년에게 그 구름의 말은 너무나도 달콤 했습니다.

소년은 지금까지 한번도 놓아본 적 없는 도끼를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불행의 골짜기를 벗어나 구름 위의 행복한 세상으로 떠나기를 결심하였습니다.

소년의 다짐은 무엇보다 단단 하였습니다. 함께 계단을 오를 친구들도 모았습니다.

소년과 친구들은 구름 위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을 쌓기 시작하였습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뀔 때까지 소년은 쉬지 않고 계단을 쌓았습니다. 

소년의 머리 속에는 온통 구름 위로 올라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햇빛은 더욱 강해져 소년의 살을 태웠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타버린 소년의 피부를 찢었습니다.

구름을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친구들은 하나 둘씩 포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계단을 오르던 친구가 주저 앉으며 말했습니다.


“난 이제 더 이상은 못 가겠어… 너무 힘들고 배고파… 다 포기 할래”


하지만 소년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정도의 고통은 소년의 현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포기하려면 너희나 포기해!” 


소년은 다시 저 아래의 불행의 골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쳐서 주저 앉은 친구들을 옆에 두고 소년은 계속해서 계단을 쌓았습니다.

자신들을 두고 계단만 쌓고있는 소년이 친구들은 미웠습니다.


“우리를 두고 너 혼자 올라가겠다고? 그래 어디까지 올라가나 두고 보자” 


함께 계단을 오르던 친구들은 소년을 두고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된 소년은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구름 위에 올라가기만 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소년은 그 믿음 하나로 열심히 계단을 쌓았습니다. 

그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더 이상 소년이 살던 마을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단은 높이 쌓였습니다.

구름에 가까워 지는 만큼 소년의 설레임도 커졌습니다. 

지금까지의 고통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소년의 머릿속은 설레임으로 가득했습니다.

구름 위의 행복을 상상하며 쉬지 않고 오른 소년은 마침내 구름 위로 올라왔습니다.

소년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계단은 구름을 뚫고 소년을 구름 위로 올려 주었습니다. 

소년은 드디어 항상 올려다 보던 구름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이 기뻤습니다. 

구름 위를 올랐다는 기쁨에 지금까지의 고통은 소년의 마음속에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년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쉬지 않고 흘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던 소년이 눈물을 닦고 구름 위를 보았을 때 소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구름 위의 세상은 소년이 상상하던 세상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곳에는 소년이 상상하던 천사도 금은보화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구름이 전부였습니다.





구름 사이로 불고 있는 차가운 바람 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소년은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소년은 한 동안 멍하니 구름 위를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참을 방황하던 소년의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소년은 깨달았습니다.


‘구름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구나… 모든 것은 그저 내 상상 이였구나…’


소년은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채 소년은 계속해서 울었습니다. 

계속해서 울던 소년은 지쳐 그 자리에 잠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소년이 눈을 떴을 때 소년의 눈에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는 별이 보였습니다. 

그 별은 너무나 아름답고 눈 부셨습니다.

별을 본 소년의 마음이 다시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내가 찾던 행복은 구름 위가 아닌 저 별 위에 있을 거야!”


소년은 구름에서 찾지 못했던 행복이 별 위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소년은 다시 한번 계단을 쌓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시 열심히 계단을 쌓고 별 위로 올라가 구름 위에서 찾지 못했던 행복을 별 위에서 찾기로 다짐하였습니다.

별 위로 올라가길 결정한 소년은 별로 향하는 첫 번째 계단에 올랐습니다.

소년이 계단에 올랐을 때 소년의 발 아래에 자신이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구름이 보였습니다.

소년은 별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구름을 한 움큼 들어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구름을 바라 보았습니다. 

순간 소년이 들어올린 구름에 소년의 얼굴이 비춰졌습니다.

구름에 비춰진 소년은 어느 덧 중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중년이 된 소년의 얼굴에는 생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계단을 쌓으며 생긴 상처들과 까맣게 타버린 얼굴 위에는 보기 흉한 굳은살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습니다. 

입술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생기 있던 소년의 머리칼은 푸석한 솔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구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소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별 위에는 내가 찾던 것들이 있을까…?”


소년은 자리에 앉아 다시 한참을 고민하였습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별 위로 올라가는데 사용할지 다시 계단을 내려갈지 고민하였습니다.

소년은 기억을 더듬어 구름 위를 상상하며 설레여 했던 자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구름에 오른 후 현실을 깨닫고 좌절했던 자신을 떠올렸습니다.

소년은 마침내 결심하였습니다.


‘별에 대한 설레임만 기억하고, 이제 계단을 내려가자’


소년은 별 위로 올라가는 대신 자신이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대신 이번에는 계단을 오르며 보지 못했 던 멋진 풍경들과 느끼지 못했 던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새들의 소리와 멋진 노을을 감상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별에 대한 설레임은 가슴에 담은 채 소년은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이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년이 마음을 비우고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하자 계단을 오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오늘 때는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풍경들과 새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노을이 지면 잠시 계단에 앉아 노을이 질 때까지 풍경을 감상하였습니다. 

힘들면 잠시 쉬며 바람을 맞고 땀을 식혔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소년은 최대한 천천히 나 이외의 것들을 느끼며 내려왔습니다.

그 동안의 고통도 좌절도 하나씩 씻겨져 갔습니다.

한참을 내려온 소년이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밟았습니다. 

소년이 다시 땅을 밟았을 때 소년은 이미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노인이 된 소년의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구름 위에는 뭐가 있었나요?”


“구름 위에는 찾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나요?”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름 위의 세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곤 사람들 사이를 지나 구름이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누웠습니다. 

소년은 구름을 보며 지난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전의 고통과 계단을 오르며 포기했던 것들, 계단을 오른 후의 실망과 계단을 내려오면서의 행복한 일들.

소년은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구름을 보며 한참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소년은 아무 표정없이 자리에 누워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다시 긴 여행을 떠난 듯이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에필로그


우리가 목표하는 결승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경제적인 자유까지 이룬다면 정말로 우리가 상상하는 끝없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리가 목표한 결승점에 빨리 다다르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있으신가요?

작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현재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목표했던 것들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그렇다면 끝없는 행복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아직 기대했던 보상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목표했던 결승점에는 끝없는 행복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질문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진짜 원하던 삶이 이거야?’


‘진짜 행복해?’


그리고 아직 새로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였고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결승점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결승점 이후의 행복이 지금의 행복과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리니 결승점까지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게 맞는지 각자의 답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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