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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아 Apr 22. 2020

조리원 천국? 천국?? 천국???

나만 이런걸까? 3


조리원 생활은 쾌적한 듯 했다.

밥도 때맞춰 주고, 빨래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애기도 봐주고..


아가는 볼 때마다 자고 있었지만 항상 설레었고 신기했다.

눈을 떠 멍하니 있을 때에는(신생아는 눈을 잘 깜빡거리지 않는다) 그 눈에 정말 빠질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신비한 생명체가 나한테서 나왔을까.

모자동실 시간엔 얼굴이 닳도록 하염없이 보고 있는 게 다였다.



조리원에 오면서 본격적인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며칠 지나니 정말 모유가 나오더라.

초반엔 너무 조금 나와 이게 맞나 했지만

계속 직수와 유축을 하면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아가는 두세 시간마다 먹어야 하고,

엄마는 세 시간마다 유축이든 직수든 해줘야 모유가 늘어난다고 해

처음엔 최대한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걸 정말 꼬박꼬박 지키면 산모는 몸조리를 할 수 없고,

조리원은 절대 천국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유축할 땐 하도 주물럭 대느라 손목과 팔이 아파왔고

직수를 할 땐 자세잡기가 너무 힘들어 허리가 나갈 듯했다.

모유라는 것이 처음 나온 내 젖꼭지는 점점 갈라지고 피가 날듯 말 듯,

옷이 살짝만 닿아도 쓰라렸다.

(조리원은 항상 어떤 방법만 알려줬지 시간까지는 안 알려줬다.

내가 물어보지 않은 것도 있지만,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는 쌩초보였는데..

처음엔 멋모르고 직수도 한 시간, 유축도 한 시간을 했다.

아마 그래서 더 무리가 온 듯 싶다.

신생아실 간호사분이 직수 시간을 듣고 화들짝 놀라시는 것을 본 후에야 디테일하게 물어보며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적극적으로 물어보세요......./지난화 참고/)


아이가 오물오물 거리며 젖가슴을 빠는 모습 자체는 너무나 경이로웠으나,

서툰 직수 자세와 부족한 모유 탓에 수유시간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 돼버렸다.


아기가 먹는 시간, 유축해야 하는 시간 등 누군가 스케줄 표를 쫙 짜줘서 시켜주면 모를까

내가 일일이 시간 계산하며, 순서 챙겨가며 24시간을 보내려니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나름 유축과 직수의 계획을 짜 봤지만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바꾸기 일쑤였다.

로봇이 아닌 어엿한 사람인 아가의 시간에 '계획'을 갖다 붙인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나만 이런걸까,
모든 엄마들은 알아서 다 잘하려나,
내가 게으른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분유로 보충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불안하고 미안했지만

피곤함을 무릅쓴 만큼 모유가 좀처럼 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모유 중에서도 초유가 정말 중요하다는데

그 샛노란 초유마저 많이는 먹이지 못해 그게 가장 속상했다.


정말 유두가 갈라지고 쓸리는 고통에도 나오기만 하면야 열심히 먹이겠는데,

그게 안되니 피곤함과 삐걱거리는 관절 통증만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젖몸살이 그렇게 아프다던데, 난 살~짝 뭉치는 느낌만 있을 뿐 몸살 끼는 전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천국이었을 거라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 젖몸살이 왔으면 난 못견뎠을거야.


조리원 천국..? 아무리 밥 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준다고 해도

내가 쉴 수 없으면 그게 무슨 천국인가.  


살짝 우울 해 지려는 찰나,

내려놓아야 할 것은 과감히 내려놓기로 했다.

먼저, 가장 힘든 새벽 수유 포기

유축은 시간을 정해서만 하고 그 이상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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