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루네 May 18. 2020

좋은 산후도우미 만나는것도 운

나만 이런걸까? 6


아기를 데려온 당일은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당일은 부모님도, 산후 도우미도 아무도 없는 정말 우리 세명뿐이었다.

아기를 눕혀놓고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며 오빠와 멍하니 있었던 것만 생각난다.


안그래도 조용한 집이었는데 뭔가 더 고요했다.


종일 붙어있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살짝 찡얼거려도, 조금만 게워내도, 조금만 부르르 떨어도 왜 그러지, 뭐지, 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조리원에서도 분명 봤던 모습이었지만, 막상 집에서 보니 다 심각해 보였다.

밤새 긴장하며 보낸지라 잠은 거의 못 잤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시자 마자 우리 둘은 기절하듯 잤다.


의심이 많고 첫인상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는 다행히 인상 좋으신 아주머니 덕에

바짝 쫄았던 마음이 살짝 풀렸고, 잘은 몰라도 첫날만큼은 아이에게 잘해주시겠지.. 싶었다.

역시 의심을 모두 거두지는 못했으나 정말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한숨 푹 자고 난 후 아주머니와 제대로 인사를 나누고 아가도 조금은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었다.

도우미분은 아기만 케어하시는게 아니라 이것저것 집안일에 내 식사까지 차려주셔야 하기 때문에

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아기와 함께 있으려고 했다.

내 몸 쉬자고 아기를 떼어놓는 것은 조리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도우미분은 아기가 칭얼대거나 울면 대부분 배고프다고 판단, 내가 없을 때에는 분유를 먹이셨다.

분유 텀이나 양에 예민한 엄마들은 조금 싫어할 수 있는 부분이었겠으나,

난 집안일까지 같이 하시려면 어쩔 수 없겠구나 싶었고,

제재할 정도로 무리하게 먹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산후도우미 부분에 있어서 나는 그래도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선 종종 서로 안 맞는 경우가 많아 교체를 하거나 심하면 언쟁까지 하는 경우를 봤다.

특히나 얼마 전에 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큰 일을 저지른 바람에(입에 담기도 화나고 슬프다) 정말 많이도 알아봤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의 인성을 알까 싶지만

그래도 블로그에서 이래서 좋았다, 저래서 좋았다 하는 글을 보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폭풍 검색에 검색으로 지명 3~4명까지 알아놨으나 내 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두 달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어 있었다.

나름 정말 빨리 예약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좋은 분으로 지정해 줄 것을 부탁 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에 오신 산후도우미분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전체적으로 많았던,

아이를 예뻐해 주시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던 좋은 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숨만 쉬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조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