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아 Apr 01. 2020

출산 필수품은 미리미리

만삭의 하루6


새벽 4시 입원을 하고 아침 7시쯤 촉진제를 넣었다.

점점 진통이 왔고, '아.. 이래서 진진통은 모를 수가 없는 거구나..' 싶었다.

정말 신기하게 진통이 쫘악 왔다가 갑자기 스르륵 없어진다.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진진통은 정말 그렇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온전히 배에만 오는 진통을 어떤 통증의 종류로만 치자면, 장염통증과 비슷했다.)


아플 땐 오빠손을 꽈악 잡고,

진통이 사라졌을 땐 마주 보고 웃기도 하다

조금씩 조금씩 진통의 강도가 세졌다.

입이 바싹 말라가고 숨이 가빠졌다.


배는 엄청 아픈데 복식호흡은 해야 하고..

진통 시의 호흡은 아기의 호흡과 관련이 있는 거라

미친 듯이 아파도 천천~~ 히 꼭 해야 하는 돌아버릴 의무였다.


출산은 한번에 여러가지를 해야해서 힘든 것이었다.


진통이 있었지만 아직 자궁문이 많이 안 열려있던 터라 급하진 않은 상황이었다.

입술이 점점 말라가니 간호사가 오빠더러 쳅스틱을 사 오라고 했다.

난 프로 검색러 블로그 지식 방출하며 미리 집에 준비 해 놓았으니 집에서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간 김에 출산 가방도 챙겨 오라고..


그게 실수였다. 그냥 밑에 층 가서 쳅스틱만 사 왔으면 될 것을........


오빠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진통이 급 심해졌다.

정말 저세상 고통이었다.

무통주사 때문에 새우등을 하라는데

진통 중에 뭘 하라니 아무것도 안 들렸다.

간호사분들과 의사 선생님이 한 번에 달려들었다.

뭔가 큰일이 난 듯한 긴박하고도 낯선 상황이었다.


많은 손들에 의해 붙잡히고 눌리면서

진통은 진통대로 오롯이 느끼며

힘겹게 호흡을 하고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자니

오빠가 여기 없다는게, 이 상황을 안 보고 있다는게 아깝고, 속상하고, 섭섭했다.

그깟 쳅스틱이 뭐라고..


이 엄청난 고통의 상황과 의료진이 대거 투입된 이 긴박한 상황을 오빠 눈으로 봐야 하는데..

이상한 심리지만 지금도 그 광경을 못보인 것이 참 아쉽다.

멀리 보내버린 건 난데, 괜스레 쳅스틱 얘기를 꺼낸 간호사 선생님까지 원망스러웠다.


무통주사는 다행히 나에게 잘 반응했고 금방 진정됐다.

오빠가 그놈에 쳅스틱과 함께 돌아왔고

난 아픈 와중에도 방금 전 무슨 상황이었는지

조목조목 소상히 알려주었다.

별개 다 서러웠던 순간


매거진의 이전글 공포의 머시기도 케바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