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하루5
새벽의 병원은 고요했다.
오빠는 병실까지는 못 들어가고 대기.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분께서 차고 온 생리대를 확인하시더니,
양수가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예상하고 왔지만 직접 들으니 철렁했다.
내진을 준비하셨다.
난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며 단 한 번도 내진을 하지 않았었다.
내 담당 의사분께서는 큰 이상이 없는 한 내진을 잘 안하신다고 하셨다.
워낙에 블로그에서 공포의 내진이 어쩌고 해서 나도 내심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그 내진을 지금 간호사분이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잔뜩 쫄아있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역시 케바케다.
양수가 맞으니 이제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가 관건.
1cm........
진통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좀 아프다 해서 갔더니 4~5cm라 두 시간 만에 낳았다 카더라..
하는 조막만 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역시 난 해당되지 않았다.
대기했던 오빠가 들어오고 본격적인 입원 절차를 밟았다.
워낙 고요한 새벽시간에, 분만을 준비하는 산모는 나밖에 없어서
차분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원 절차는 병원마다 다를 테지만, 내가 다닌 병원은
입원실 선택, 무통주사, 열상 주사, 신생아 검사, 태반 기증 여부 등을 선택해야 했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했다면 남편에게 묻는데,
남편은 또 진통하는 산모에게 이걸 묻는단다.
물어도 열받고, 안 묻고 비싸고 필요 없는 것만 선택해도 열받을 것이 뻔해
난 미리 오빠에게 항목까지 친절하게 적어가며 신신당부했었다.
결과적으로 난 진통이 늦어 내가 다 선택했다.
뱃속 아기의 심박수 및 여러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조치와
대박 큰 바늘로 링거 맞을 준비를 했다.
이것도 미리 블로그 보고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았다.
수십 번을 검색한게 도움이 되기도, 괜스레 겁먹었구나 싶었던 것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