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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루네 Mar 31. 2020

공포의 머시기도 케바케

만삭의 하루5

새벽의 병원은 고요했다.

오빠는 병실까지는 못 들어가고 대기.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분께서 차고 온 생리대를 확인하시더니,

양수가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예상하고 왔지만 직접 들으니 철렁했다.


내진을 준비하셨다.

난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며 단 한 번도 내진을 하지 않았었다.

내 담당 의사분께서는 큰 이상이 없는 한 내진을 잘 안하신다고 하셨다.

워낙에 블로그에서 공포의 내진이 어쩌고 해서 나도 내심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그 내진을 지금 간호사분이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잔뜩 쫄아있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역시 케바케다.

병원에서 나는 소리는 다 무섭다

양수가 맞으니 이제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가 관건.

1cm........

진통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좀 아프다 해서 갔더니 4~5cm라 두 시간 만에 낳았다 카더라..

하는 조막만 한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역시 난 해당되지 않았다.


대기했던 오빠가 들어오고 본격적인 입원 절차를 밟았다.

워낙 고요한 새벽시간에, 분만을 준비하는 산모는 나밖에 없어서

차분하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입원 절차는 병원마다 다를 테지만, 내가 다닌 병원은

입원실 선택, 무통주사, 열상 주사, 신생아 검사, 태반 기증 여부 등을 선택해야 했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했다면 남편에게 묻는데,

남편은 또 진통하는 산모에게 이걸 묻는단다.

물어도 열받고, 안 묻고 비싸고 필요 없는 것만 선택해도 열받을 것이 뻔해

난 미리 오빠에게 항목까지 친절하게 적어가며 신신당부했었다.

결과적으로 난 진통이 늦어 내가 다 선택했다.  


뱃속 아기의 심박수 및 여러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조치와

대박 큰 바늘로 링거 맞을 준비를 했다.

이것도 미리 블로그 보고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움직이기 불편하지 않았다.  

수십 번을 검색한게 도움이 되기도, 괜스레 겁먹었구나 싶었던 것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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