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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30. 2023

소아과 명의로부터 받은 4차 영유아검진 후기

집에서 가까운 부천역 인근에 소아과 명의가 계신다. 원장선생님은 독일 유학파로 영유아검진에서 놀이 교구를 활용해 꼼꼼이 발달상황을 체크해주기로 유명함.


코로나 이전에는 매달 영검 예약을 받는 날이면 전날 저녁부터 텐트와 침낭까지 동원되며 줄을 서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코로나 이후는 전화예약으로 바뀌었고 매달 예약 오픈시간마다 전화한 끝에 4차(30~36개월) 영유아검진에 당첨(!)되었다. 하지만 ‘럭키’라고 생각하기에는, 이전에 통화시도 횟수가 누적 3천통 정도 되는 듯?^^ 어쨌거나 지난달 통화시도 500통 했다고 해서 다음 달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서ㅋㅋㅋ 매달 초심으로 돌아가 전화해야함. 우리아기 7개월부터 31개월까지 거의 매달 전화한 듯.


이전 3차 검진까지 매회 평균 진료 시간이 5분이었다면, 이곳 원장선생님은 무려 25분을 할애해주셨다. 평소 일반진료 역시 느긋하게 봐주시는 편이라서 갈 때마다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쭤보곤 했다. 3분 진료가 보편적인 우리나라에서 뵙기 힘든 명의가 우리 동네에 계시다니 정말 행운임!


어쨌거나 그 시간 동안 딱딱한 진료가 아니라 동물, 기차, 두더지 등 다양한 원목 교구를 아이에게 간단한 미션을 주면서 놀이하는 모습을 관찰해주었다. 선생님의 인상은 마치 올앳원스에 나오는 깐깐한 세무사인데 그런 분이 아이를 관찰한답시고 동물 소리를 제법 노련하게ㅋㅋ 흉내 내면서 놀이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자니, 그 상황이 블랙유머 가득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져서 아이러니했지만 전문가는 전문가네! 싶었다. 초반에 긴장했던 아이도 선생님이 실제로 자신과 놀아주는 줄 알고(!) 신나게 상호작용하는 나머지, 검진이 끝날 때 인사를 나누면서는 서운한 나머지 울상이 되었을 정도니.


내가 평소에 걱정하던 부분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기본 생활습관을 잘 잡아주지 못한 점이었는데 설명을 듣고는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다 잘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늘어지고 싶고 못들은 척 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마음의 표현이지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건강한 거에요.” 특히 듣고도 모른 척 하는 건 인지발달이 좋은 거라고 설명해주셨다.(흔히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약았다’는 표현을 순화한 걸지도.ㅎㅎ)


인터넷으로 다른 양육자들의 영검 간증글ㅋㅋ을 읽어보면서 아이마다 고유한 특성을 발견해주고 부모를 독려해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정말 부모들의 자존감 지키미^^ 아이가 무슨 행동을 보여도 칭찬 일색이었다. 잘 알아도 안다고 칭찬, 모른다고 말해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서 긍정적이라고 칭찬, 엉뚱한 행동을 하면 발랄하다고 또 칭찬.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은호가 놀이의 기쁨을 아는 아이라는 것이었다.

(“놀이에 기쁨이 없는 아이들이 있어요. 놀이터 가서 휴대폰만 보는 아기도 있어요. 놀이터 가면 미끄럼틀 타고 놀고, 집에 와서는 아기 상어 보면서 깔깔대고 웃고 놀면 되는데 그게 안 되는 아이들이요.”) 그리고 마음에 들기 위해 하는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선택을 할 줄 하는, 발랄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라는 칭찬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우리 아이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항상 말씀하시는 이야기 “은호는 순수해요.”라는 말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참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음. 아이가 다 순수하지 뭐 ㅋㅋㅋㅋ 그리고 선생님이 사심을 담아 은호가 귀염상이라며 귀여워해주셔서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났다(그치 우리만 귀여운거 아니지 맞지ㅋㅋㅋ라며 맞장구 칠 뻔).ㅋㅋㅋㅋ

 

*요약: 매달 25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영검 예약에 사활을 걸길 잘했다.


*사진은 병원 내 놀이방. 소아과 내에 놀이방과 수유실이 갖춰져 있다. 아동친화적 공간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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