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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Choi 최다은 Jun 25. 2024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


#변화하는 부부

남편이 장기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여느 때와 달리 우리는 긴장이 감도는 신경전 하나 없는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어느 부부에게는 평소와 같은 일 일지 몰라도 우리 부부에겐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남편이 아내인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이제 한 달 동안 잘 지내는 거 목표로 해 보자! “

"웅웅 파이팅! 서로 ^^"


웃으며 대답했지만 '저렇게 해맑게 기대하면 안 되는데. 꼭 저런 말을 하고 나서 싸운단 말이야' 내심 목표 세우기라는 단어가 못마땅하지만 남편도 나도 서로 뿌듯함을 나누는 시간이라 공감해 주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어깨 회전근에 염증이 심한지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맞아야 남편. 해외출장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며 일했는지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그는 어디가 아파도 상세하고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상남자답게- 아니면 호들갑스럽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어느 정도 심각한 건지 치료하면 낫는 것인지 꼬치꼬치 물어야 하고 알아야 하는 아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탓일까,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좀 아팠다고 했다.


아내가 물었다. "아니 미국에서 아팠을 때 어떻게 버텼어?" 남편이 대답한다. "그냥 뭐 참는 거지, 별수 있나? 아내와 딸 위해 참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눈동자를 굴려 눈물방울을 가로막아 조금은 흐트러진 눈빛으로 그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는 “왜? 그렇게 쳐다봐요?” 동그란 갈색 눈동자를 가진 그의 눈빛이 정말로 모른다는 듯 나에게 대답하고 있었다.  "아! 아니야 “ 아내인 나는 머쓱하니 대답했다. 머나먼 타지에서 믹서기에 갈아 넣는 과일들처럼 몸을 갈아 일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치열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돌아온 그다.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의 변화에 적응 중

"오 하나님.. 절 천사로 만들 셈이신가요" 나 자신조차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 이 변화에 적응 중이다.


그의 입장과 그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콕 찌른 듯 아프다. '이기적인 아내인 내가 진짜 변해가고 있네' 스스로 생각해도 그를 대하는 '예전의 나' 같지 않은 예쁜 마음에 적응 중이다. 어제는 또 본연의 나의 이기심이 올라와서 하루종일 나는 밥하고 치우고 아이 돌보고 가족여행 준비하고 한숨도 돌리지 못하는데, 휴가라고 발 뻗고 소파에 등을 붙인 그가 조금 얄미웠지만..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라며, 아니 나란 인간.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

아내와 딸을 위해 이 정도쯤이야… 헌신과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 마음이 한결같다면 매일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우리를 위해 전방에서 늘 싸워줘서 고맙다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앞으로 나의 본성과 나는 부단히 싸워야 한다. 예전의 불편함이 없는 최다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오라고 끊임없이 유혹할 테니 말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전투적인 갈등으로 글을 쓰는 에너지도 부족한 요즘이다. 그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지금보다는 덜 강하고 덜 소모적이길 바라면서 말이다.



#첫 가족 캠핑 여행

남편이 귀국하고 아이와 함께 셋이 가는 첫 캠핑날이다. 캠핑이라는 단어는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매우 멀게만 느껴졌는데 모든 장비가 세팅되어 있고 카라반에서 자는 곳이라 친구가 괜찮을 것이라 추천해 줬다. 엄마와 아빠가 여행을 둘 다 좋아하지 않아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에게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가족과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싶다. 2박 3일 의견의 충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지혜롭게 해결해서 아이에게도 남편과 나에게도 기쁘고 행복한 추억을 남길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Dana Choi, 최다은의 브런치북을 연재합니다.


월       [나도 궁금해 진짜 진짜 이야기]

화. 토  [일상 속 사유 그 반짝임]

수       [WEAR, 새로운 나를 입다]

목       [엄마도 노력할게!]

금       [읽고 쓰는 것은 나의 기쁨]

일       [사랑하는 나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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