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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의 브런치 Feb 05. 2022

딱 봐도 성질 드러운 거 안 보여요? 고양이 예방접종


고양이 예방접종, 항체가 잘 생겼는지 검사를 하러 오라는 말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양이 카페에 물어보니 항체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꼭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고양이 키우기가 처음인 데다 모르는 정보도 많아 샘이 하라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후추를 달래서 캐리어에 넣고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수의사의 고양이인 렉돌이 어슬렁 어슬렁 다니길래, 후추를 잠시 풀어줬다.두 고양이 사이엔 유리문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라 만날 수 없어 안전한 장소에서 풀어준 것이니 이 글을 읽는 집사님들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아기 고양이 후추는 자기보다 덩치가 큰 고양이를 보고, 으르렁댔다. 큰 고양이는 놀래서 뒷걸음질 쳤다. 후추가 성깔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깡다구가 있을 줄이야.. 



수의사 선생님이 진료실에 들어오셨다. 고양이를 풀어놓는 것보다 캐리어 안에 놓는 게 더 안전하다고 알려주셔서 후추를 살포시 들어 캐리어 안으로 넣고 얌전히 진료를 받았다. 후추가 덩치 큰 고양이 렉돌을 보고 "야냥냥냥냥" 이상한 소리를 냈다.  "채터링도 할 줄 알아요? 후추 제법인데요?"  선생님은 후추가 채터링을 하는 거라며, 똑똑하다고 칭찬해주셨다. 그 소리에 의기양양해진 엄마 집사는 “칫솔질도 잘해요”라고 말했고, “와.. 정말 착하네요. 칫솔질 어려운데, 그걸 하다니.. 후추가 참 착해요


  


아무래도 이 말이 화근이 된 것 같다. 선생님은 후추가 착하다고 오해를 했고, 착한 행동을 하는고양이라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 앞발을 만지는 걸 절대 싫어하는 후추를 준비작업도 없이 데리고 옆 방으로 가셨다. 통유리창이라 진료 과정을 볼 수 있어 서서 지켜봤다. 지난번처럼 후추는 “나를 꺼내 달라며… “ 눈을 마주치고 울어댔다. 가슴이 너무 아파 당장이라도 꺼내 오고 싶었다. 



수의사님이 해야 하는 일은 후추 발에 침을 쿡 찍어 피를 빼 내고, 그걸로 항체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혼자서 쿡 찌르기를 실패한 샘은 간호사님을 불렀고, 간호사님이 배를 꾸욱 잡고, 선생님은 발을 잡고 찌르려 했다. 앞발에 유독 예민한 후추는 선생님 손을 꽝꽝 물려고 했고, 샘은 염려가 되셨는지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다시 검사를 하려 하셨다. 그 사이 후추는 난리가 났다. “너네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나는 다 알았어! 내 발에 바늘을 꽂으려고? 어림없는 일이지!

  


성깔 대단한 후추는 더욱 소리 높여 울어댔고 발버둥을 쳤으며 보호장구가 불편한 샘은 한 방울만 쿡 찌르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찌르고 또 찌르며 버둥거리는 후추 발을 잡으려 애를 썼다. 


아.. 이 병원에 다시 오는 게 아니었어.  개와 사람 많았던 처음 병원에 갈걸… 


후회가 밀려와 내 표정이 굳어졌다. 샘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얼른 쿡 찌르기에 성공하셨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애써 설명을 하셨다. “착한 지 알았는데, 꽤 성질이 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보호장비 끼고 아이 진정시키고 한 번에 했어야 하는데.. “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럴 줄 알았으면??? 애 보면 몰라요?

딱 봐도 성질 더럽게 생겼잖아요. 저 눈을 봐요. 

쫙 찢어진 눈에 앙칼진 표정, 안 보이세요? ‘


속으로는 마구 화를 내며 소리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마디 못하고 캐리어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후추에게 조용히 담요를 덮어주며 화를 가라 앉히고 있었다. 얼른 계산을 하고 나오고 싶었는데 검사 결과가 ...  꽤 오래 걸렸다. 집에 오자마자 캐리어에서 나온 후추는 깨 발랄 고양이로 돌아갔지만, 나는 속상해서 울어버렸다. 



무슨 그런 수의사가 있어.

얘 성질 더러운 거 딱 보고도 몰라요? 


그 병원 절대 안가! 





고양이 인문학

 

누구도 나를 찌르지 못하게 할 것. 

가끔 하악질을 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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