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자존감
후추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사람들이 그토록 높이고 싶어 하는 자존감이 후추는 태어날 때부터 가득 충전되어 있었나 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에게 많은 걸 느끼는데, 그중 가장 부러운 부분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는 자신감과 충만한 자존감이다.
고양이는 자신을 가꾸고 돌보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온몸 구석구석을 그루밍하고, 영역을 순찰하면서 나쁜 고양이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집 안 여기저기 페로몬을 묻힌다. 고양이들이 의자나 사람의 발, 물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그건 페로몬을 묻혀 자신의 영역임을 주장하는 행동이다. 필요하다면, 애교를 부려 자신이 원하는 것 받아 내기도 한다. 어쩔 땐 꼬리를 감싸는 애교를 부리는데 그게 통하지 않을 땐 꽝꽝 발을 물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도 한다. 사람이 안고 싶을 때 달려오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땐 골골송을 부르며 얼굴을 비비면서 다가온다. 제멋대로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집사의 일은 단순하다. 고양이가 원할 때 먹이를 주고, 놀아주고, 지갑을 열어 고양이가 좋아할 만할 물건을 알아서 구매해 가져다 바치면 된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그 모든 것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까다로운 고양이의 취향에 합격해야 먹고 마시고 논다. 아무리 비싼 습신 캔을 따서 바쳐도 자기 싫으면 절대 한 입도 먹지 않는다. 굶어 배고프면 먹겠지.. 하고 놔두봤는데, 끝까지 입도 대지 않는다. '이걸 먹을 바엔 차라리 죽겠어. 이건 원래 처음부터 먹는 음식이 아니야. ' 하듯이 거부를 한다. 대단한 편식가다. 비싼 가격에 구입한 습식캔을 눈물을 머금고 당근에 헐값에 내놓아야 한다. 절대 주는대로 먹지 않는다.
고양이는 자신을 이 공간의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적절하게 집사를 다를 줄도 안다. 꽤 현명한 녀석이다. 역시 매력이 넘치는 존재다. 고양이가 온 몸을 그루밍하는 시간은 매우 특별한 시간이다. 묘생에 대한 만족감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며 평화로운 시간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나는?
하루 일과 중 나를 돌보는 시간을 몇 분이나 쓰고 있나?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돌보고, 힐링 타임을 갖고 있나?
왜 나보다 남을 위한 시간을 쓰며 악착스럽게 살까?
왜 나보다 남 눈치로 보며 사는데 에너지를 다 쓰는것일가?
평화롭게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인간도 하루 시간의 일부를 그루밍하듯이 자신을 돌보는 데 쓴다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에게 상처준 사람의 악플을 지우고 그 자리에 나의 페로몬으로 가득 입히는 과정. 마음 그루밍 과정을 매일 반복한다면 나를 애정하는 페로몬으로 가득차게 될 것이고,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고양이 탐구생활이 시작됐다. 자기 멋대로 사는 고양이처럼 당당한 자신감과 충만한 자존감을 갖고 싶다. 우리 집 고양이가 새삼 부럽다.
고양이 인문학
내 몸 구석구석 그루밍하기
내 마음 구석구석 그루밍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