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사방을 둘러보니
버스 정류장, 보도블럭 한 귀퉁이였다
차들이 잠시 섰다간 떠나가는 곳
매연과 바퀴의 진동, 가로등 불빛에
밤에도 좀처럼 잠들 수 없는 곳
가장 무서운 건
종종거리는 사람들의 구둣발과 담배꽁초
다행히 누구도 눈여겨 보지 않는
나를 주목한다면
그는 슬픔을 아는 자이리라
아스팔트 위를 떠도는 먼지처럼
삶은 이다지도 가볍고
또 질긴 것일까
부르릉 소리에 온 몸이 흔들린다
그래도
오늘밤 잿빛 건물들 사이로 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