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by 리나

퇴사 8개월 차 즈음, YWCA에서 운영하는 ‘여성취업심리상담’을 신청했다.
37년을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나 자신과 깊이 마주한 적이 없었다.


퇴사 후 얻은 예상 밖의 선물은 바로 그 ‘마주함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마음이 상담을 신청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상담은 3시간씩 총 2회.
37년 인생을 6시간에 압축해 탐구한다는 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내 안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는 충분했다.

상담은 직업상담사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취업박람회에서 만났던 분이라 낯설지 않았고,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할 수 있었다.


1회차는 온전히 ‘나’를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써온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과 마주해야 했다.

이 도시에서는, 기자라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길이 거의 없다는 것.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 끝에, 상담사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리나님, 리나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흘렀다.

말문이 막히고, 눈물만 흘렀다.

‘왜 울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서야 알게 됐다.

내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었다.
일은 곧 ‘나’였고,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스스로 퇴사했고, 남편이 있는 지역으로 내려온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왜 그 앞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을까.

아마도 1회차 상담은
내가 애써 외면해온 것들과 정면으로 마주한 시간이었다.
40대를 앞두고 느껴지는 불안, 출산과 재취업의 부담,

그리고 ‘나의 경력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질문들.


2회차 상담에서는 내가 선호하는 단어를 고르고,
그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상담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꿈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실천해보세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희망고문으로 끝날까 봐,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 한켠에는 늘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망설임이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장기전으로 가자.

장기전을 생각하니 당장은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필요한 자격증을 하나둘 준비하기로 했다.
노무사가 잘 안되더라도
삶이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기반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이게 맞나?’ 싶은 순간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해보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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