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 하고싶다

by 리나

퇴사한 지 어느새 1년이 되었다.
그동안 계획했던 아이도 갖지 못했다.

퇴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찾아왔지만, 결국 또 유산을 겪었다.


퇴사 당시 나는 세 가지를 마음에 새겼다.
자기계발, 아이 계획, 재취업.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자기계발’로 남은 성과는 컴활 자격증 하나뿐이었다.
재취업이라고 해봐야 공기업 아르바이트에 그쳤고,
내가 기대했던 ‘새로운 시작’과는 거리가 있었다.


구직 활동도 쉽지 않았다.
관공서와 교육기관 다섯 곳, 사기업 네 곳에 서류를 넣었지만
면접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면접 자리마다 따라붙는 질문.
“아이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그 한마디에 무너졌고,

결국, 면접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그널 같았다.


지나온 시간과 잃어버린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일’은 무엇이었을까.


기자였던 시절, 일은 그저 직업이 아니었다.

일은 곧 나였고, 삶이었다.

기자라는 직함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그 일을 하는 ‘나’가 좋아서였을까.
그 질문을 오래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결국 답을 찾았다.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일.
크고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어도
아주 작은 보탬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 있게 했다.


내가 남긴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고,

지역의 기록 한 페이지를 채웠다는 사실.
그게 나를 가장 뜨겁게 만들었다.


사회에 큰 울림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공익에 기여하고 싶었던 그 마음만큼은 여전히 선명하다.


퇴사 후 1년이 지나서야

일이 없는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또렷해졌다.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나답게 존재하게 하는 감각에 가까웠다.


이제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기자 경력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자리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준비해야 한다.
내가 갈 수 있는 길, 만들 수 있는 길,
그리고 다시 선택해야 할 길을.

이제야 마음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은 많다.

노무사를 해볼까,
대학에 다시 들어가 식품영양학을 전공해볼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볼까.
내 경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허무 맹랑한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명확한 목표를 다시 세우는 일.

꿈을 다시 그리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겠다.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이제는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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