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매일 분주했던 아침은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한동안 나는
그런 여유를 만끽하며 살았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했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고
남편도 수입이 있었기에
당장 생계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차분히 구직 자리를 살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중소도시에서는
기자를 뽑는 공고가 없었고,
언론홍보 담당 공고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품귀였다.
경력을 살릴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섣부르게 퇴사를 했을까."
그런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나는 두 번의 유산을 겪었다.
그때의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지만
때때로 '좀 서둘렀나' 는 싶은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은 더 커졌다.
"이러다 재취업 못하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날이 갈수록 마음을 조여왔다.
기자가 아니라도 좋으니
그냥 다시 일하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던 탓인지
실업급여 기간도 길었다.
10개월.
어찌 보면 시간을 번 셈이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경력을 살릴 수 없다면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고.
그렇게 사무직 공고도 함께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무직으로 취업하려면
자격증이 필수였다.
이력서를 써내려 가던 중
텅 빈 자격증 란이 부끄러웠다.
운전자면허증 하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믿었는데
내 발전에는 무뎠구나 싶은 마음에
조용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우연히
지자체 재취업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컴활 2급은 물론
SNS 홍보마케팅,
사무행정 관련 노동법
AI활용 문서작성 등
알짜 강의들이 가득했다.
기자로서 경력을 쌓았으니
마케팅으로의 전환도 가능 할 거란
기대도 들었다.
지원서를 냈고,
면접을 봤고,
선정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됐다.
6~8월 매일 오전 8시면
교육을 받기위해 집을 나섰다.
매일 규칙적으로
아침을 나서는 루틴이
웬지 다시 출근하는 기분도 들고
나쁘지 않았다.
사실 회사에 다닐때에도
컴활을 준비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퇴근 후 공부는 쉽지 않았다.
몸이 지쳐 책을 펼치기조차 힘들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흐지부지 끝날까 봐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필기 때도, 실기 때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중도 포기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격증을 땄다.
크게 어려운 자격증도 아니고
웬만하면 다들 하나쯤 갖고 있지만,
이력서의 자격증란에
새로운 한 줄이 생겼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나에게 큰 자신감을 줬다.
뭐든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25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없이 뿌듯했다.
퇴사 후의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도전하며 새로운 설계를 하며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위기가 아닌 기회를 잡아야겠다.
재취업도 2세 계획도
나는 결국
둘 다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