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8편
죄로 물든 세상,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죄와 벌>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쌍하다. 자신의 신념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절망하는 라스꼴리니꼬프. 가난 때문에 영혼을 판 소냐. 헌신하는 라주미힌. 모든 것을 술로 바꿔 마셔버린 마르멜라도프. 강인한 성격임에도 불우한 생활에 흔들리는 두냐. 모두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에 구속되어 고통받는다. 나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동시에 나와 내가 아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이런 불행한 삶은 19세기 러시아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아닐 것이다. 나아지려고 하지만 실패를 반복하고 절망하다 끝내 파멸해버리는 삶은 우리 모두가 경험했을지도, 경험할지도 모르는 삶이다. 인간이 마주할 다양한 운명 중 하나다. 그러므로 <죄와 벌>은 실패하는 모든 인간 존재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이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춰낸 도스토예프스키의 통찰이 놀라울 따름이다.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감상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낸다. 이때 소설의 메시지가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힘이 있다면 좋은 소설이다. 너무 투박한 기준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죄와 벌>을 읽으며 받아들인 메시지는 “스스로를 알라”는 것이었다. 이 메시지는 나의 내면을 변화시켰다. 그래서 나는 <죄와 벌>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알라”는 메시지가 나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나에게만 유효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당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낸다. <죄와 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