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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golian May 03. 2023

연봉협상은 없다. 상담하고 요청하자.

No free lunch

    연말 혹은 연초 자주 언급되는 토픽 중 하나가 연봉협상이다. 또 이직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연봉이다. 그래서 모든 직장인들이 이 연봉에 무척 예민하며 이직 사유의 탑랭크 사유로 뽑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만족스러운 연봉이 나 처우를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을까?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상당한 임금인상을 추진했다. 이는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상당히 높을 수 있었으며 이직률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30대 혹은 40대 초반 엔지니어를 뽑으려 해도 이력서조차 받아 보기 힘든듯하다. 만족스러운 임금인상이 이직률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듯 하지만 임금인상의 깊은 배경은 사뭇 다른 곳에 있다. 코로나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미친 듯이 돈을 찍어 냈다. 돈을 생산해냈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듯하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기축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들에서는 전대미문의 현금을 내수 경기를 살리고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무차별 살포했다. 이는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가장 먼저 반영된 부분이 부동산이다. 사실 정부 정책의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머리 뒤편에 어마 무시하게 발행된 현금 유동량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얘기는 여기서 접고, 그럼 2년간 대폭 인상된 연봉 수준과는 무슨 관계일까? 뿌려진 현금 유동량에 어느 정도 따라가기 위해 연봉 인상이 단행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 직장인들의 임금 수준이 어느 날 갑자기 인플레이션 혹은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메인 뉴스 테마와 함께 바닥에 뒹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지난 2년간 상당한 수준의 임금인상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올해 대폭 인상의 계획이 없다면 조만간 노사 간 큰 불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노조가 없어서 단체 행동이 불가하다면 본인의 직속상관 혹은 부서 책임자와 1:1 협의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가능성은 낮을 지라도 라인 매니저 및 부서장에게 지속적인 시그널은 확실하게 보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본인의 연봉은 2-3년 뒤 비슷한 경력과 직장의 구성원들보다 어느덧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10년 차 필드엔지니어인 조과장은 지난 2년간 매년 인사평가에서 A를 받았다. 하지만 연간 평균 임금인상은 2.5%였으며 종합평가에서 A를 받은 것으로 인해 +1%을 더해 3.5%의 연간 임금인상을 받았다. 어느 날 그는 3년 전 경쟁사로 이직한 동료 강과장을 만나 저녁을 같이 하게 되면서 그의 연봉이 지난 2년간 20% 이상 인상된 것을 알게 되었다. 강과장은 저녁 식사 내내 본인이 이직을 하면서 10% 정보 밖에 임금을 올리지 못했는데, 운이 좋게 올해 회사에서 20% 이상의 일관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인의 선택이 너무나 잘된 것임에 뿌듯해했다. 물론 저녁은 강과장이 샀다. 하지만 조과장은 집에 도착해서도 너무나 기분이 좋지 못했다. 회사에서 헌신적으로 성실하게 일해왔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 왠지 강과장의 말에 본인이 지난 2년간 헛일을 한 것은 아닌지 괜한 후회 비슷한 것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런 고민으로 인해 갑자기 일하는 것도 싫어지고 만사가 귀찮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 그의 라인 매니저가 그에게 1:1 미팅을 요청하면서 그는 본인의 처우가 적당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경쟁사에서의 일괄 임금인상은 이미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몇몇 직원들은 심각하게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동안 평가가 좋았던 몇몇 직원들의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라인 매니저들이 바삐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과장의 라인 매니저도 내년을 기약하며 2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상당한 인상을 해주리라 구두로 약속했다. 하지만 21년 말과 22년 초 급작스런 경기 하락과 경영지표 악화로 구두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 조과장은 이직을 알아보고 있으나 이미 더 나은 조건의 회사에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쉽사리 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월급 수령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위의 조과장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다만 그의 라인 매니저를 믿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실수는 무기체인 회사를 대표하여 유기체가 구두 약속을 한 것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쉽게 무시한 것이다. 1:1 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그 요청사항의 목표 일정도 제시했어야 했다. 라인 매니저와의 면담은 또한 사람과의 일이라서 인상폭과 일정 제시가 너무 사무적이고 매정하게 보여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과 과정을 거쳐야만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변경된다. 연봉협상은 없지만 당신은 충분히 요청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빨리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좀 더 기다리고 인내하면 더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창밖으로 던져 버려야 한다. 유기체인 당신은 무기체인 회사와의 협의에서 절대적 열위에 서 있으며 혹여라도 성공한 인사들은 희박한 가능성으로 요구한 바를 얻어낸 사람들이다. 하지만 당신이 희박한 확률에 배팅한다면 위의 내용은 무시하여도 무방하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된 평가는 매우 힘들지만 본인과 비교할 수 있는 비교군을 세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보상이라는 것은 묵묵히 일하고 성과를 거두면 따라오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에 배팅하는 것과 같다. 당신에게 보다 더 높은 확률로 보상체계가 따라오게 하려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상사 및 보상 관련 업무를 하는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상담해야 한다. 다만, 회사에서 전혀 임금인상 계획도 그리고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다면 회사를 너무 사랑해서 혹은 나의  천직으로 여겨지지 않는 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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