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영광,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열정과 의욕 돌아보기
번아웃에 빠지거나 회사일에 매몰되어 본인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어 스스로 직장을 포기하거나 어쩔 수없이 일정기간 일을 쉬어야 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Quiet quitting은 이런 경우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반대로 넘치는 열정과 의욕으로 100% 이상 열심히 일하시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주의해야 하는 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회사에서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열정과 의욕으로 Active하게 업무에 임하는 것은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positive한 영향을 준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서 그 조직에서 항상 주목받고 승승장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끊임없는 열정과 의욕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이 너무나 잘 진행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은 언제 든 발생할 수 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려움을 이겨내고 맡은 바 업무의 실적을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기에는 본인이 제어할 수 없는 사건들과 환경이 너무나 다양하다. 이럴 때마저도 항상 긍정적 마인드와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일 것이다. 또한 맡은 업무의 중요성이 회사 내에서 매우 클 경우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어느새 열정과 의욕은 사라지기 쉽다. 이에 반복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충전을 통해 좌절과 무기력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
예를 들어보면, 스타트업 회사에 경력으로 입사한 곽과장은 5번째로 이 회사에 합류한 몇 안 되는 키맨 중 한명이였다. 회사의 사업을 초기부터 셋업하고 확장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회사 성장의 기반을 만든 공신으로도 평가받아 왔다. 사업초기 몇 안 되는 구성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왔고 곽과장도 본인의 업무인 영업 이외에도 사업기획, 프로젝트 관리, 상품기획, 법무계약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도맡아 일을 해왔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추가 인력을 빠르게 보강해왔으며 이에 본인의 업무인 영업 이외에 다른 업무들은 새로 뽑은 구성원들에게 이관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새로 합류한 구성원들이 그동안 곽과장이 해왔던 일에 대해 일의 배경, 판단근거, 내포된 문제점들에 대해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요구하면서부터 곽과장의 문제는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던 중 곽과장은 더욱 자기방어기재가 강화되었고 새 구성원들과 불화를 빚게 되었다. 새 구성원들도 곽과장의 비협조적 태도와 불성실한 답변들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었으며 결국엔 회사의 사장에게 이 문제를 보고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곽과장은 네거티브, 불통 및 그간 그가 해왔던 일의 내포되어 있던 문제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곽과장은 지난 2년간 회사의 성장을 위해 쏟은 본인의 열정과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말았으며 급기야 회사를 떠나기로 한다.
위의 곽과장의 예에서 보듯 사업초기 본인의 업무영역이 아니고 또 전문분야도 아닌 업무를 열정과 노력으로 모두 맡아 회사성장에 기여했지만 결국 몇몇 분야에서의 내포된 문제들로 인해 2년이 지난 후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몰리는 되는 것은 미성숙한 자기방어기재 때문이다. 사실 그때는 옳은 결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잘못된 결정일 수 있는 것들은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전문지식을 가지고 한 일이 아니라면 물론 잘못 처리된 일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을 곽과장은 새로 합류한 구성원들과 공과 과에 대해 적절히 조율했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보다 더 치우치는 바람에 그간 이루어 놓은 성과들을 모두 잃게 된 것이다.
논리적인 여우들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곽과장은 2년간의 노력으로 이루어 놓은 성과 앞에서 더 이상 미래를 그릴 수 없었다. 회사가 급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어 놓은 공신 중 한 명이지만 그 영광은 수많은 상처들로 빛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 되돌아보면 새로 합류한 직원들은 곽과장의 공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은 급성장하는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와 성장에 중점을 두었을 것이고 이에 자신이 맡은 일에 문제점은 없는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또 없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업무를 이관한 곽과장은 더 이상 지난 업무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논리적이기보다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현명한 대처라는 것이 매우 모호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질문을 해대는 여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또 이들에게 침착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대응하라는 것은 말로만 쉽다. 특히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여우들은 논리적으로 더 무장하여 나를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들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고 해서 소통을 회피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전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그간 같이 일해왔던 동료나 상사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동시에 나의 서포터스들을 확실히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정치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의 답변이 변변치 않더라도 혹은 잘못된 일처리가 있었더라도 항상 친절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표면적으로 보여야 하며 같은 답변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도 소통하려 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우같이 날카로운 논리로 무장하고 나에게 질문하고 challenge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소처럼 느리고 우둔한 모습으로 응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논리에 강한 여우들은 항상 detail에 강하고 상대의 말실수를 트집 잡아 끊임없이 Tail chasing 하는데 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구력이 부족하다. 당신이 이들에게 똑같이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여우들은 먼저 화를 내거나 포기한다. 그들도 언제까지나 남의 탓 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시간은 당신의 편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어쩌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나 사람 관련 분노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해결책 아닌 해결책이었던 것 같다. 어느 조사기관에 따르면 재택근무형태로 전환 이후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으며 심지어 업무효율도 상당히 향상된 부분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스트레스나 분노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조금 잠잠 해지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라지면서 대면업무에 대한 회사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면업무를 기피하는 임직원들에 대해 어떤 회사에서는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수면 아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스트레스와 분노가 종종 표출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종종 예기치 않게 스트레스와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들이 있어 퇴사 및 이직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한 듯하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원천적 이유는 바로 사람에게 있다. 이 책의 처음에 이야기한 데로 회사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무기체이다. 사실 무기체 즉 유무형의 사물, 개념들은 사람에게 스트레스나 분노를 일으킬 수 없다. 영화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AI와 로봇과의 전쟁이 아닌 이상 아직 AI나 로봇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분노를 일으킬 일은 일반적인 회사에서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와 끓어오르는 분노는 모두 사람으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가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고 급격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초가을의 청명한 하늘이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 같은 어느 아침, 한부장은 8시부터 진행된 임원미팅에서 1시간가량 질책 및 힐난을 집중적으로 받아야만 했다. 사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저조한 실적 예측으로 끊임없는 챌린지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그의 팀 실적이 지난 분기 및 작년 동기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다른 팀들은 비슷하거나 지난 분기보다는 나은 실적이어서 유독 한부장팀만 도드라지게 보이게 되었다. 미팅 내내 해당임원은 한부장을 몰아세웠다. 사실 그 임원의 입에서는 늘 저급한 언어들과 함께 인격을 모욕하는 듯한 말들이 서슴없이 나오곤 했었다. 월급을 스스로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휴가 갈 생각은 말라고 하거나 연말까지 일일보고를 하라고 하는 등 심한 이야기들이 그 임원의 더러운 입에서 용암처럼 쏟아졌던 것이다. 한시간 가량의 독설과 협박에 시달리며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있던 한부장은 미팅이 끝나 한숨 돌리며 마음을 추스르려 일부 팀원들과 흡연장소를 찾았다. 그러다 한부장은 그 자리에서 또 그 임원과 마주치고야 말았다. 자리를 피해야 할지 주저하던 사이 그 임원의 입에서는 또다시 거친 말들이 쏟아졌다. 한부장은 참지 못하고 들이받고야 말았다. 이후 그 임원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던 한부장은 연말에 인사팀부로 발령이 났으며 퇴직을 권고받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위 상황을 간단히 보면 아침 미팅에서 임원의 막말과 힐난에 한부장의 꾹꾹 참아왔던 분노가 흡연장소에서도 재탕되는 힐난에 터지고 만 것인데 보통의 인간관계에서 한부장의 잘못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없다. 하지만 상하 관계가 명확한 회사에서의 관계 속에 한부장의 급작스런 반격은 잘못이라 할 수 있다. 해당임원이 마음이 너그러운 대인배라면 한 번의 실수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부장은 말 그대로 대기발령에 퇴직권고까지 받는 상황까지 되고야 말았다. 여기서 한부장의 스트레스와 분노의 원천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아니라 그 임원이다. 그 사람과의 대면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왜 하필 그 흡연장소에서 마주쳤을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오는 명언이다. 유대 경전 주석지인 미드라시와 페르시아 지방 우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불교일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전해온다.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지난 과거에 머무를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기댈 수 없으며 현재를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딱 들어맞는 시가 있다. 모두의 마음에 안착할 수는 없겠지만 종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 랜트 윌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때면
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 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
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네게 미소 짓고
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