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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 May 22. 2021

LX2048, 그리고 리튬

신경안정제와 배터리에 쏟아부을 리튬

LX2048 지껏 나왔던 SF영화와 달리 유별났던 점은 비단 메타버스와 아바타만은 아니었다. 기말을 상징하는 개연적 요소로 삽입된 치명적 양열 독소와 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는 인류, 결국 사람들은 모두 메타버스 세에서 위안을 얻는 것으로 나왔지만 호모 사피엔스에게 힐링을 는 자연환경 대신위안적 수단이 필요했는데 LX2048에서의 그것은 결국 약물이었다



먼 미래를 상상할 것도 없이 현실에서전 세계적으로 광의의 신경안정제에 의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구가 전체의 14%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LX2048 그리 과한 설정을 한 은 아닌 것 같다. 마찬가지로 LX2048의 애덤 같은 약물 거부자들을 제외하고 99%에 달하는 전인류가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된 약물 역시 실제로 의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리튬이었던 점 영화 현실을 반영 요소라 공감이 다. 물론 '머나먼 카토피아'를 쓰는 입장에서 리튬 배터리 등에 쓰이는 양극재 물질로 알려져 있 때문에 흥미 있었지만 말이다.


의료계에서 리튬은 양극성 장애를 - 우울증과 조증, 두 가지 극단적 상태 또는 양극이 포함되어 이렇게 불리는데 - 경감시키기 위한 치료 약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 과연 리튬 치료 약물로 먼저 사용됐을까, 배터리 원료로 먼저 사용됐을까? 리튬이 에너지 저장을 위한 배터리 원료로 사용된 것은 NASA(미 항공우주국)가 활약하기 시작했던 1950년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차 대전 당시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용 약물로의 시도가 조금 먼저였던 거 같다.


역사 속의 연구진들은 우선 2차 대전 포로였던 환자들의 심리적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는데 바로 기니피그가 대상이었다고 한다. 기니피그는 보통 등이 닿게 눕히며 바둥거리는 게 정상이지만 리튬을 투여받은 기니피그는 거꾸로 눕혀도 바둥거리지 않았고, 손가락으로 배를 찔러도 유순한 눈으로 연구진을 바라보았다. 리튬의 약리적 효과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신과 의사 존 케이드가 1949년 이렇게 처음으로 발견한 리튬의 약리적 효과는 1970년대가 되어서야 미국 FDA 허가를 얻다. 그제야 양극성 치료제 원료인 리튬 용이 점차 늘기 시작했겠지만 기차 배터리 수요가 많지 않았던 2011년도 계 리튬 수요공급 맵을 보더라도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의 양이 의약품 투입량의 10배 이상 많이 사용되고 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수십 배, 향후에는 백배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2011년 세계 리튬 수요공급 밸런스 (TRU 리포트)

그럼 다시 LX2048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LX2048의 배경인 먼 미래에도 지금처럼 배터리로 돌아가는 전기차가 대중화될지, 혹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로 리튬이 쓰이게 될지는 모르지만, - 혹자는 핵융합, 연료전지가 배터리를 대체할 것이라 강력히 주창하고 있기에 - 리튬의 수요는 현재 배터리 원료로 각광받는 만큼이나 과분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 리튬은 더 이상 양극성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소수 환자들만의 약물이 아니라 전인류를 위한 타민 캡슐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배터리 양극재로 쓰이리튬 수요가 수십 배~백배까지 폭증하는 요즘처럼 LX2048의 세계에서는 99.9% 인류에 리튬이 포함된 약물을 공급하기 위해 금보다 수십 배~백배 물량이 필요되는 것이. 그러면 금의 중국처럼 리튬 자원을 무기화하고 독점하려는 력들로 인해서 이른바 리튬 확보를 위한 '전쟁'이 일어나고 이것은 단순히 산업경쟁력 우위를 점하려는 수준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될 듯하다.


결국 LX2048을 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양극성 장에 치료제인 리튬을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암울한 세상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제 같은 가상현실 기술과 조작된 만족감을 주는 메타버스, 그리고 질병과 노화로부터 되돌릴 수 없는 육체를 대체할 복제인간이 아무리 신기하다 해도 전기차로 차박을 하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지금이 좋다. 향후 미래기술이 호모 사피엔스와 자연계 모두에 유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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