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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마음 Nov 13. 2020

익명이요

아파하는 네게 대놓고 몰래 보내는 속마음

야, 오늘 너랑 비슷한 친구를 봤다.

외양은 달랐어 물론 근데 상황이 비슷해서 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더라.

그 친구를 보지 않았다면 글쎄 내가 이 글을 썼을까도 의문이야. 왜냐면 너랑 있을 때는 내가 그냥 무심코 넘겼던 것들이 그 친구를 통해서 다시 상기되는데 더 이상 삼켜지지가 않더라.

넘어가지가 않으니 어째, 뱉어낼밖에.



야.

널 그렇게 하찮게 대했던 사람은 대체 누구니.

그 사람은 자기가 무슨 권리를 그리도 많이 갖고 태어났다고 같잖은 힘자랑만 하고 그러니.

지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그런 눈으로 널 쳐다보며 독 같은 말들을 뿜어대니.


무서웠겠어.

그런데 뭐라고?

내 일은 내가 해결해야지 라고?

상황이 너를 압도하고 그 자식이 널 집어삼키려 드는 현실에서 그런 말이 어떻게 나오니.

그런 생각이 어떻게 드니.

주변 사람들한테 괜히 폐 끼치고 싶지 않다 니. 뭐라고?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을 거라 이해하려 한다니. 뭐라고?




야.

가만 보면 세상이 정말 날카롭다.

티브이만 켜면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나와.

이제 인터넷, 핸드폰 어디도 가리지 않아.

당장 뭘 사러 슈퍼에 나가도 계속 그런 말들이 은연중에 너를 찌른다.

'넌 지금 어딘가 한참 부족하다'고.


힘들었겠어.

너 부단히도 노력했다.  

받아들여주지 않는 세상에 어떻게든 껴보려 너를 낮추고 감추고 다시 해보고 바꿔보고.

너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리고 더 이상 네가 노력하기에 지친 것도 알겠다.

그래도 괜찮다.

원래부터 넌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야.

소중한 것은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난 더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다.

네가 한창 무서웠을 순간에 내가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라도 편견 없이 네 손을 잡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널 잡아먹지 못해 희번덕이는 그 인간의 눈에 침이라도 뱉어줬으면 어땠을까.

맨날맨날 내가 옆에서 너 이대로도 소중하다 말해줬으면 어땠을까.




미안하다.

그동안 참고 삭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네가 모든 짐을 홀로 안에 품을 수밖에 없게 한 것에 미안하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에 미안하다.

아무렇게나 방치해놓고 왜 이렇게밖에 자라지 못했냐 묻는 세상이 야속하지. 미안하다.

그 사람들 대신해 내가 미안하다.

이 사과가 널 아물게 하지 못할지라도 미안하다.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무 늦었더라도 미안하다.




내 사과가 조금이라도 소용이 있었다면 당분간만이라도 네게 못되게 굴지 말아라.

그렇게 착해가지고는 왜 자꾸 너 자신은 못살게 구니.

남들이 막 대한다고 너도 따라 막 대할 존재가 아니다 넌.

그러니 당분간만이라도 내 사과를 받아들여주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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