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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만학일기

AI,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45. 만학일기

by 조연섭

인류는 과연 기술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며칠 전 대학원 3학기 수강신청이 마감 됐다. 올해 첫 개설 강의 <인공지능과 문화예술경영> 과목을 우선 신청했다. 흐름과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뭔가 배움을 이어간다는 것은 시대를 선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늦은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긴 하다. AI 활용 과목을 신청한 것은 나이를 떠나 새로운 흐름의 기본을 익히고 미래에 적응하려는 선택일 분이다. 선행학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우리는 미래를 낙관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노동을 하고, <AI>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은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현실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AI가 가져올 미래는 정말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문을 열고 있는 것일까? AI가 발전할수록 그 논쟁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AI는 이제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스마트폰 음성비서, AI기반 의료 진단, 맞춤형 광고, 금융 분석 시스템 등 AI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장 큰 기대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극대화다.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린다. 공장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며, 금융 시장에서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의료 분야에서도 AI는 신속한 진단을 내리고,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질병 패턴을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AI는 창의성의 확장을 돕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가 예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AI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새로운 예술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AI는 개별 학생의 수준과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인터넷만 있다면 누구나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이 더 이상 반복적인 노동에서 해방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며, 지식과 문화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진다.

디자인_ 조연섭

AI가 초래할 디스토피아

AI는 밝은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일자리 감소다. 산업 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듯, AI 시대에도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존재한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AI는 일반 노동은 물론이며 전문직까지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금융, 법률, 의료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AI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AI 변호사는 판례분석으로 사건 승소 확률을 예측하고, AI 의사는 인간 의사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암을 진단한다. 이렇듯 AI가 확장될수록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의 정체성 변화다. 창의적 영역까지 AI가 침범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AI가 문학 작품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며, 심지어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가 오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AI보다 나은 존재인가?

AI가 인간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더 정밀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간은 AI 사용자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AI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하며 점점 더 수동적인 존재가 되는 것인가?


세 번째 문제는 AI를 활용한 감시 사회의 도래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 정부나 기업이 이를 악용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은 철저히 감시받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AI를 활용한 사회 통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신용 점수 시스템을 통해 시민의 행동을 평가하고, 특정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기술이 권력을 가진 소수에게 집중될 경우, AI는 자유가 아닌 통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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