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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대회]유림 정신, 내일로 이어지는 따뜻한 길?

20. 퇴근길 맨발편지

by 조연섭

주말 아침, 퇴근길 같이 추암해변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봄바람은 부드럽고, 모래는 따뜻했습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촉감이 꼭, 지난 며칠간 삼척에서 만났던 그 따뜻한 인사 같았습니다.


며칠 전, 관동팔경 제1루, 국보 죽서루가 환영하는 삼척에서 3일간 전국유림지도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2천 명의 어르신들이 삼척 봄날을 가득 채웠습니다.

처음에는 유림이라는 선입견으로 조금 긴장했지만, 곧 알게 됐습니다.

전통은 고리타분한 게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눈빛, 봄바람처럼 퍼지는 따뜻한 웃음.

그게 바로 '전통'이며, '유림'이었습니다.


필자가 진행자로 초청된 개막식 의전행사에 이어진 축하공연에서는, 소리꾼 인하정 씨와 이름 모를 테너가 함께 ‘내 나라 내 겨레’를 불렀습니다.

그 순간, 무대도 객석도 모두 하나가 되었지요. 동쪽에서 부른 멋진 선곡으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봄바람이 노래를 실어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듯했습니다.

아, 노래를 듣던 그 순간처럼, 오늘 맨발로 바다를 걸을 때도

‘아,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습니다.


죽서루에서는 2일 차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주제는 청소년유교체험과 전통혼례였습니다. 필자도 진행자로 참여했고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이 직접 문제를 내고 청소년들은 수준 높은 유교 퀴즈를 거뜬히 풀어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진지한 표정이 어찌나 싱그럽던지요.

전통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저는 분명히 봤습니다.


마지막날, 특강에 나선 총괄본부장은 행사를 총괄 준비한 사무처장이 101세 고령의 부친상으로 참석을 못하게 된 사연이 소개될때는 영면을 기원하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었죠. 김나경 체육학 박사가 진행한 '100세 시대의 건강법'에 이어 최종수 성균관장은 마무리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맞습니다.

과거를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늘’을 살아서, ‘내일’을 향해 다시 걷는 것.


바로 그 마음으로, 오늘 저는 추암해변을 걸었습니다.

맨발로, 봄바람을 따라, 전통과 내일 사이를 가로질러.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걷습니다.

조금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통은 지나간 것이 아닙니다.

내일로 이어지는 따뜻한 길입니다.


PS_ 성균관 전학(典學)의 품계로 참여했던 시간은 제게 깊고도 소중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함께해 주신 최종수 성균관장님, 박상수 삼척시장님, 삼척향교 김진구 전교님, 그리고 묵묵히 헌신해 주신 성균관 가족, 향교가족, 공무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스한 정이 흐르던 삼척의 하루하루가, 오래 가슴 깊이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사진_ 성균관 DB, 김형철 작가, 조연섭
좌, 퀴즈 출제 박광영 의례뿌장, 중, 소리꾼 인하정, 좌, 단체 인사, 사진_성균관DB, 김형철 작가
폐막식 장면, 죄우 김나경박사 특강중, 중, 집중하는 최종수 성균관장 외, 사진_ 성균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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