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 못 산다!

Q15. 기획자가 답하다. 묵호 논골담길

by 조연섭


장화가 사람을 만나 문화 되던 날!

묵호 논골담길은 어부의 삶을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게 담아낸 묵호 사람들이 남긴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 는 어록이 오늘날까지 전해 온다. 그래서일까. 논골담길은 유난히 장화 그림과 소품이 많이 등장한다. 담벼락 위, 아이가 신던 장화에는 들꽃도 심었다. 땀과 바닷물에 젖었던 장화도 이젠 아련한 추억의 풍경이 되었다.

논골담길 장화 일러스트 벽화, 사진_조연섭
물 마를 날 없던 묵호. 온통 장화 신은 사람들

묵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담은 이야기와 장화 벽화가 곳곳에 그려져 여행자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장화를 신지 않으면 논골마을을 오르내리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장화 없이는 못 살았던 이유?

마을 사람들은 언덕 꼭대기에 생선말리는 덕장으로 오징어, 명태를 바지게나 고무대야로 날랐다. 이때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로 늘 질었던 골목 때문이다. 항구 뒤편 묵호동의 비탈진 언덕에 지어진 판잣집 사이의 골목은 질퍽한 흙길 때문에 논골이라 불렸다. 논골담길 장화 이야기와 벽화는 직접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과 지역 정서, 문화를 벽화에 녹여냈다. 작가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지역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색깔을 입혀왔다.

장화는 물감과 들꽃을 만나면 설치미술

장화는 논골 담벼락에서 들꽃을 만나 설치미술이 되고 일러스트 작가를 만나 멋진 액자의 그림이 되고 오징어 축제에서는 낡은 장화 리폼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다. 성과물은 다시 묵호 논골담길 거리의 설치미술로 거듭나곤 했다.

묵호항 개항은 1937년

묵호등대마을 논골마을은 1937년 개항해서 성업을 이루었던 묵호항 역사와 치열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마을이다. 무연탄과 시멘트 운송으로 묵호항이 호황이었던 시절, 논골마을 사람들의 삶은 남루하지만, 활기로 넘쳤다. 여행하다 보면 한 번쯤 평생 머물고 싶은 장소와 마주친다. 복잡한 일상이 반복되는 도심을 떠나 나만의 휴식처를 갖고 싶은 원초적 로망 때문이다. 논골담길 장화 이야기는 치열한 삶의 애환을 마을벽화로 만나는 야외미술관이다. 낡고 작은 집들이 촘촘히, 마치 거대한 바위에 어렵사리 붙은 게딱지를 연상하게 하는 묵호의 논골담길. 그곳은 세월의 풍파와 삶의 질곡을 견뎌낸 사람들의 보물 같은 이야기가 숨겨진 곳이다. 가난에 쫓겨 마지막 기항지가 되었던, 마음의 고향이 되었던 이곳에서 그들이 노래하는 생활문화의 모습들은 거대한 박물관 속 보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고단함과 희망의 묵호 완성, 논골담길

정처 없이 떠돌다 밥상에 올려진 이름 모를 음식들이 묵호를 품고 있었고 바람과 바다의 다툼 속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애잔한 술잔엔 맑은 막걸리가 담겨있었다. 사연 없는 노래가 없는 것처럼 묵호 논골담길은 인생의 마지막, 그리고 희망이 되고자 한 사연들이 생활문화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위대한 예술작품에 숨겨진 철학적 메시지가 있는 것처럼 드러내지 않고 먹먹한 가슴으로만 지키고 있던 보물들을 찾아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살았던 고단함과 희망의 묵호’를 완성해야 한다.

묵호 논골담길 벽화_ 사진 조연섭
Q. 김나경_ 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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