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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수집가 이인기, 그 사각거리는 연필 철학

117. 동쪽여행

by 조연섭
연필 수집가 이인기, 그 사각거리는 연필 철학

세상이 무수한 발명품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발명은 아마도 ‘연필’ 일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보다 기록을 믿는다. 연필은 이러한 믿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다.


8월을 보내던 날, 낮에는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유진 그림책 작가를 만났고 저녁에는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이인기 연필뮤지엄 대표가 멘토로 나선 연필 특강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대학원 교수로도 활동하고 100여 개 나라 연필여행으로 연필을 모아 국내 최초 연필뮤지엄을 동해 묵호역 건너 양지 언덕에 세우고 대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4층은 논골담길과 묵호등대가 훤히 보이는 ‘해당화가 곱게 핀’ 사랑방도 마련했다. 대표는 연필의 정신과 향기를 맡으며 지성집단의 쉼터를 위해 오늘도 연필의 깊은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연필의 발명은 휴대폰 발명을 능가한다. 기록은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모든 시간은 연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각사각 연필을 깎으며 삶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모습은, 마치 인생을 그려가는 한 인간의 여정을 닮았다. 쓰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그러한 반복을 통해 우리는 더욱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 대표는 연필을 모으는 수집가 이전에 그는 디자이너이자, 60명이 넘는 직원과 1년에 300권에 달하는 책을 출판해 온 소호 출판사 대표,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다 열심히 하는데 여유가 없다며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학생들은 다 열심히 사는데 여유가 없다”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삶에서 얼마나 여유를 잃어버렸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는 수집이란 "지금 행복하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수집의 행위는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 그리고 행복을 모으는 것이다.


이날 이대표 특강은 동해문화관광재단과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는 지역관광 프로그램 발굴을 위한 DMO 사업의 하나로 개최된 프로그램이다. 연말까지 톡톡 튀는 주제로 여행작가 채지형과 이대표 등 작가가 참여해 총 10회 운영된다고 한다. 연필 뮤지엄은 일반 박물관과 다른 면이 있다. 지속적이며 연결적이고 깊이 사유하는 모습은 유럽의 문화정책을 닮은 듯하고 제가 추진하고 있는' 맨발 걷기 동해클럽' 정신과 같아 그것은 묵호의 ‘스케치북 라이브러리’와 ‘연필 아트 뮤지엄’의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이대표의 강의는 우리에게 연필의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삶의 철학을 전달해 줬다.


연필로 시작된 그의 하루는, 연필로 마무리된다. 그 사각거리는 소리 속에서 오늘도 그는 인생을 그려 나간다. 연필이 깎여나가듯, 우리의 삶도 조금씩 깎여 나가지만, 그 끝에는 더욱 선명한 자신만의 그림이 남게 될 것이며 결국 이 모든 과정과 시간은 내가 선택한 최고의 행복으로 귀결될 것이다.

강의 중 이인기 대표, 사진_ 조연섭
강의중, 사진_ 조연섭
뮤지엄 외부, 사진_ 조연섭
연필 아트 뮤지엄 계획을 소개하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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