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도중 길을 잘못 들어 무더위에 짜증스러웠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경로를 이탈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강원도’라는 지명을 떠올리면 단번에 대한민국의 대표 휴양지 또는 울창한 숲과 높은 산, 푸른 동해바다와 풍부한 해산물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시선을 좀 더 달리하면 오래전 한국경제의 주축이 되었던 탄광산업의 중심이 강원도(현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탄광산업은 언제부터인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결국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여파로 인해 탄광산업이 주축을 이뤘던 강원도에 속한 여러 도시들은 혹독한 시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그 암울했던 시기는 지역경제의 오랜 정체기를 가져왔으며, 찬란했던 탄관산업의 활황기는 그 시절 그 중심에서 땀 흘리던 수많은 광부들에게, 그 가족들에게, 지역 구성원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코스 곳곳에 운탄고도 안내표식이 있어 어렵지않게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그 이후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그리고 이제 그 역사의 흔적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강원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아우르는 옛 폐광지역을 가다듬고 이어 만든 트래킹 코스인 ‘운탄고도 1330’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평범했던 길에 스토리가 담기고 역사가 스며든다면 그 길은 더 이상 평범한 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탄고도 1330’을 한국의 산티아고라 부른다. 그리고 그 길을 6일 동안 하루도 쉼 없이 걸으며 완주해 보았다. 걸어보니 확실해졌다. 걸어보니 완주를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운탄고도 1330’은 충분히 걸을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라는 것을.
운탄고도 2길의 도착지이자 3길의 시작점인 해발고도 700m 정도의 고지대에 자리한 모운동 구름마을. 이 작은 오지마을에 옛 석탄산업 활황기 시절 무려 만여 명이 살았다고 한다.
평균 고도 546m, 총길이 173.2km의 길로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삼척 소망의 탑에 이르러서야 그 기나긴 트래킹의 대장정은 끝을 맺는다. 탄광산업이 활황기를 맞던 시절 고산지대(최고 높이 1,330m의 만항재)에서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길을 남녀노소 누구라도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길을 걸으며 한때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탄광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또한 코스를 조성하게 된 이유와 배경이 국내에 조성된 기존의 트래킹 코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길에 담긴 묵직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 짧지 않은 거리임에도 완주하기까지의 그 과정에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특히 운탄고도 지역에 속하는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은 전국 평균 임야율 64%를 훌쩍 뛰어넘는 임야율 80% 이상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명산으로 꼽히는 태백산, 태화산, 덕항산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운탄고도를 걷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필자는 지난 제주올레길(450km)과서울둘레길(155km)을 완주하며 걷기에 대한 매력, 운동효과 등 트래킹 과정에서 느끼고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글로 연재한 바 있다. 그리고 서울둘레길 완주 이후 약 3년여 만에 다시 장거리 트래킹을 위해 강원도로 향했다. 수년 전부터 그토록 걷고 싶어 했던 운탄고도 완주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6일 동안 논스톱으로 진행된 트래킹은 생각보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많은 추억과 소소한 감동을 얻기에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결국 운탄고도의 시작점과 마지막 도착점에 발 도장을 찍었다. 그 6일간의 힘들고, 즐겁고, 지치고, 아름다웠던 트래킹 여정을 총 3편으로 나눠 연재하도록 하겠다.
이 완주증을 받기 위한 6일동안의 120km 논스톱 트래킹은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정말 힘들고, 아름답고, 즐거웠다. 완주증을 볼때마다 흐뭇하고, 뿌듯하고, 행복하
체력 외에도 체크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시작점 그 사이에 걸친 6월의 어느 날. 계절상 봄이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무덥고 또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시기이지만 어쨌든 한여름처럼 무덥게만 느껴진 그런 6월이었다. 필자는 작년 2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운탄고도마을호텔’이란 방송을 접하게 됐다. 낯익은 방송인들이 출연해 운탄고도라는 트래킹 코스를 걷는 사람들이 운탄고도마을호텔이란 곳에 들러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 번 저 마을호텔에 가서 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도 한 번 저 운탄고도라는 길을 걷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지난 제주올레길과 서울둘레길 트레킹을 마치고 새로운 트래킹코스에 목말라있던 필자에게 운탄고도라는 트래킹 코스는 매우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코스로 다가왔다. 강원도 고지대에 걸쳐 만들어졌던 옛 탄광산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그 길을 걷는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걷고 싶게 만드는 길,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는 그런 트래킹 코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이 최소 6일에 걸쳐 걸어야 하는 일정을 빼기란 쉽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이 넘도록 운탄고도를 걷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수집해 왔으며 언제일지 모를 그 기회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리고 2024년 6월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영월군 지역경제 취재 일정이 잡혔고, 영월 취재가 끝난 후 다음날부터 바로 운탄고도 트래킹 코스를 이어서 걷기로 일정이 짜였다. 무려 10박 11일의 긴 출장이었다. 일정이 확정된 후 구체적인 트래킹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청령포 주차장 뒤 산길을 올라 숲을 통과하면 이렇게 시야가 뻥~뚤린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6개의 구간을 하루에 한 코스씩 논스톱으로 걷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이 부분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터라 문제 될 건 없었다. 다음으로 한 개의 코스가 끝난 후 그 지점에서 숙박을 해결할 것인지, 다시 원점 회귀하여 잠자리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코스가 끝난 지점에서 숙박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호텔 수준의 객실 컨디션은 포기해야만 했다.
원점회귀 방법을 택한다 할지라도 하루에 3~4번 다니는 버스 시간이 맞질 않는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1~3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콜택시를 부른다 하더라도 6개의 코스 트래킹 과정에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할 것 같았다. 시작 전부터 머릿속이 매우 복잡해졌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명쾌한 해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 없이 일단 시작을 해보기로 했다.
운탄고도 1길, 청령포 주자창 뒤 산길 오르막 코스를 통과해 숲길을 20여 분 걸다보면 논밭 가득한 마을길이 나온다.
드디어 운탄고도 위에 족적을 남기다
3일 동안의 영월 취재가 끝난 후 드디어 다음날이면 약 120km의 운탄고도 대장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긴장과 고민보다는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늦은 새벽까지 한참 동안 잠을 설치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새벽 5시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 씻고 나갈 채비를 마친 후 차를 몰고 1길의 시작점인 청령포 주차장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새벽 6시였다. 사람도 차도 아무것도 없이 필자 혼자였다. 일단 영월관광센터 앞쪽으로 다리를 건너가 보았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얘기해 준 적 없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냥 영월관광센터 앞이 출발점이라 생각했고, 그 주변을 계속 맴돌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길 안내 표식은 다시 청령포주차장으로 가라는 듯 보였다.
영월관광센터
단종의 유배지로 유명한 청령포. 1길의 시작점인 청령포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그때 알았다. 출발지점이 처음 도착한 청령포 주차장이었단 사실을, 시작부터 30여분 가까이 헤맨 것이다. 몰려오는 짜증스러움을 참고 주차장 바로 뒤편 숲길로 진입했다. 숲길을 걷는 내내 아침공기가 매우 깨끗하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30여분 남짓 울창한 숲길을 걷다 보면 시야가 트인 논밭이 나오고 간혹 집들이 보인다.
또 조금만 걷다 보면 지금은 폐쇄된 ‘청령포’ 역이 나온다.
첫 번째 사진 스폿이다. 이 청령포역을 지나 10여 분 걷다 보니 다시 두 번째 사진 스폿이 나온다. 어느 시인의 글귀가 적힌 형형색색의 조형물이 멋들어진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20여분을 걸었을까. 세경대학교가 나오고 조금만 더 걸으면 긴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된다. 필자는 이 다리를 건너면서 앞으로 어떤 코스로 연결될지 몹시 궁금하면서도 걱정도 됐다.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늘 없는 길을 오랫동안 걸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우려는 안타깝게도 적중하고야 말았다.
5. 청령포역을 지나 호젓한 마을길을 걷다보면 시의 글구가 적힌 형형색색의 조형물이 나온다. 인증사진을 찍는 구간이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 좌측 차도를 따라 공도를 걷는다. ??? 언덕까지 체감 상으로 꽤나 긴 공도를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이 구간은 별도의 인도길이 없이 말 그대로 좁은 차도 옆을 알아서 요령껏 걸어야만 한다.
별도의 인도 구간이 없어 다소 위험한 구간이었다.
앞으로 인도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그런 구간이라 생각된다. 약 20분 이상 오르막길을 오르면 언덕 정상이 나오고 다시 조금만 내려가면 우측에 영월교도소 입구가 나온다. 이 또한 쉽게 접하기 힘든 모습이라 이 영월교도소 비석 앞에서도 인증숏 하나를 남겨 보았다.
이제 땡볕의 아스팔트길을 계속 걸어간다. 2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좌측 건너편길 좌측 흙길로 빠지는 구간이 나온다. 팔괴리카누마을을 행해 다소 지루하고 덥고 힘든 트래킹을 이어간다. 넋 놓고 걷다 보면 좌측에 제법 큰 강이 하나 흐르고 머리 위로 고가 다리 하나가 나온다. 이 다리는 땡볕 트래킹에 지친 필자에게 그늘이라는 감사한 선물을 안겨준 그런 고마운 다리다. 이곳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삼각김밥 하나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해본다.
인적이 없는 이런 왜진 길에서 나홀로 걷거나 나홀로 휴식을 취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찌릿하다.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주변 풍경이지만 이게 또 나름대로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유인 즉, 운탄도고 1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평생 이 다리 밑에서 휴식을 취할 일도 없을뿐더러 개미새끼 한 마리 없었던 이 길을 걸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이 다리 밑에서 이렇게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노래도 흥얼거리는 등 나름대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고 힐링이 된다. 주변에 산도 보이고 강도 있고, 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짧은 휴식 후 강 옆을 따라 다시 이어진 길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30분 이상을 걷다 보면 우측 방향으로 산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태화산의 길고 긴 고행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이때까지는 그저 그런 숲길이나 강길을 걷다 보면 팔괴리마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구간이 기다리고 있음을 전혀 예감하지 못했다.
1길, 멋모르고 걸었다가 체력 너덜너덜해질 수도...
그 구간은 천태산이었다. 말 그대로 등산 수준이었다. 금세 끝날 것이라 여겼던 오르막코스는 끝이 없이 계속 이어졌다. 물론 산 정상까지는 오르지 않았지만 체감상으로는 큰 산 하나를 정상까지 오른 기분이었다. 혼자 오만 욕을 다 해가면서 오른 뒤 드디어 내리막길이 시작됐지만 이 또한 필자를 상당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6. 1길 구간 중 중후반부에 나오는 태화산의 어느 구간. 길이 없는 듯 보이지만 지나가야 하는 코스가 맞다.
좌측 사진은 내리막길인데, 사진으로는 와달지 않지만 상당히 가파르고 거칠고 비좁은 너덜길이다. 이러한 길을 30분 이상 내려가면 우측의 조망이 뻥~뚤린 길이 나온다. "휴~살았다"
매우 좁고 거친 너덜바위 길에 내리막길 경사도 또한 상당히 가파른 수준이었다. 전국의 높고 힘들다는 산은 거의 다 타봤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태화산의 거칠고 가파른 내리막길은 필자를 몹시 당황하게 만들었다. 산 밑에까지 내려오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던 것 같다. 산을 내려왔다 해도 다시 이어지는 길에서 갑자기 조망이 터지는데 그 풍경이 최소 해발 700~800m는 돼 보이는 그런 풍경이었다. 필자는 분명히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말이다.
7. 1길의 가장 힘든 코스인 태화산 구간을 지나 거친 너덜바위들이 가득한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참을 내려오면 다시 조망이 트인다.
조망이 터지면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었다. 운탄고도를 걷지 않았더라면 이런 첩첩산중의 길을 걸을 일도 없을뿐더러 그곳에 그런 길이 있다는 것 자체를 평생 몰랐을 것이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다. 길을 만든 기관, 단체, 국가 등의 그 의도를 따라 명분을 갖고 걷다 보면 평상시에는 절대 걸을 일이 없는 길을 걷게 되니 참으로 낭만적이다.
예상치 못한 태화산에서의 등산이 힘들고 산행 시간이 길다 보니 산속에서 고립된 느낌도 들고 때로는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매우 힘들고 불편한 코스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등산 코스가 끝나고 눈앞에 조망이 트이니 얼마나 기쁘고 해방감이 들었는지, 혼자 소리를 지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금세 1길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게 또 그렇지도 않았다. 역시나 생각보다 긴 구간을 산속에서 걸었으며 그렇게 1시간 이상을 걸은 후에야 산속, 숲 속을 완전히 벗어나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1길의 도착점이자 2길이 시작점이 ???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버스를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필자도 1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 콜택시를 부르고야 말았다.
버스정류장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리다 더위에 지쳐 결국 콜택시를 불러 청령포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대략 2만원이 조금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진으로만 봐오던 운탄고도라는 길의 낭만에 젖어 1길을 시작했다면 아마 대장정의 시작부터 크게 낙심하고 고생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만만치 않은 1길이다.
1길의 험한 태화산에 비하면 2길은 하이킹이다?
모운동 벽화마을은 여행자의 기분 그 자체였다...
운탄고도 1길의 다소 험난했던 기억으로 인해 앞으로 겪게 될 남은 구간에 대한 작은 경계심을 갖고 다시 2길을 시작했다. 1길의 도착점이자 2길의 시작점인 ??? 정류소 주변에 차를 주차 후 2길을 시작했다. 2길을 시작하면 출발 후 다소 긴 구간을 그늘 없는 길을 오랫동안 걷게 된다. 역시나 땡볕의 아스팔트길은 쉽지 않은 구간이다. 그나마 우측에 보이는 강과 푸르고 울창한 산세의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해 주니 다행이다.
해당 구간을 통과하면 길지 않지만 짧고 강한 산행이 시작된다. 운탄고도 대부분의 구간은 산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고생하면서 운탄고도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또 한 구간의 등산을 끝내고 나면 어느새 김삿갓면의 그림 같은 강의 풍경이 펼쳐지고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다 보면 30분 정도는 그냥 훌쩍 지나간다. 강의 운치를 즐기며 적당한 휴식을 취하다 다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김삿갓면사무소 앞에 도달했다면 2코스도 중간 이상을 걸어온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남은 구간이 크게 힘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뤙군에서 지명을 '감삿갓면'으로 바꾼 후 방문객이 10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김삿갓면 주변에서 간단한 보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간식이든 물이든 보충하면 된다. 김삿갓면을 지나 조금만 걸으면 예밀와인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이 나오고 아스팔트길을 따라 30여 분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걷다 보면 좌측에 예밀와인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입간판들이 하누 둘 보이고 또 좌측에 ‘힐링족욕센터’가 나온다.
이왕 예밀와인마을까지 왔다면 족욕체험센터에서 따듯한 와인에 지친 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금액은 대략 30여 분에 15,000원이며 족욕체험을 하는 동안 와인 또는 차나 음료와 함께 간단한 다과가 제공된다. 평일에는 한적해서 정해진 체험시간이 지나도 추가로 더 이용할 수 있다.
9. 2길의 중간 스탬프가 있는 출향인공원 도착 직전 나오는 예밀와인마을은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10. 15,000원을 내면 약 30분 동안 족욕체험을 할 수 있다. 따듯한 와인에 트레킹에 지친 발의 피로를 풀어보자.
족욕체험을 너무 오래 하다 보면 몸도 피곤하고 나른해서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적당히 30여 분 정도만 하고 다시 부지런히 걷기를 권한다. 족욕체험센터에서 걸어오던 방향으로 10여 분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중간 스탬프 지점인 출향인공원이 나온다. 공원에 뭐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이름만 출향인공원일뿐 공간도 좁고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스탬프를 찍고 이제 2길의 도작지점이자 3길의 출발점인 모운동 벽화마을을 향해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출향인공원에서 2길의 도착점 까지는 대략 1시간 30여 분 정도가 소요된다. 목적지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라고 보면 된다. 도착 1시간 전부터 완만한 아스팔트 오르막길을 걷게 된다. 영혼 없는 아스팔트길일지언정 오르는 과정에서 우측에 조망이 터지기 때문에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기 좋은 길이다. 직감적으로 길의 정상부에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쯤 우측으로 저 멀리 첩첩산중에 집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바로 구름이 모인다는 모운동 벽화마을이다. 눈에 보이는 그 작은 마을에 무려 1만여 명의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니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해당 이정표가 나오면 2길의 도착지인 모운동 벽화마을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길의 후반부 구간에서 모운동벽화마을 도착 30여분 전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모운동 벽화마을. 이 작은 오지마을에서 만여 명의 광부들이 살았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모운동 벽화마을은 이번 운탄고도 트래킹을 완주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자 필자에게 매우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는지 그 이야기는 ‘운탄고도 1330 강원을 걷다’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