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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나에게는 너무 부족한

by 장서운

한 달, 아니 두 달쯤 됐다.
여자친구를 만나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 어떤 곳에도 나가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앉은 시간이었다.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를 담는 그릇에 커다란 구멍이 난 듯했다.


“힘내야지.”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이런 말들이 전혀 닿지 않았다.
어떤 노력도, 어떤 방법도 시도할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단지, 내 그릇이 비어버렸다는 걸 명확히 알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절제 없이 소비한 쇼츠 때문일까.
회사를 좋지 않은 이유로 떠난 탓일까.
아니면 밖을 돌아다니는 게 두려워진 걸까.

무엇의 탓을 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내 그릇이 생각보다 작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이 깨달음은 아프지만, 분명히 필요한 순간이었다.


얼마 전 상담사 ‘철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ADHD의 한 양상일 수도 있겠네요.
이번엔 큰 싸이클이 멈춰서 쉬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커다란 톱니바퀴가 멈춘 느낌이었으니까.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제는 그만큼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나에게 이번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기름칠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 일과 상담을 통해 확실히 알았다.
내 삶에는 분명한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을 이해하려는 자기분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싸이클은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이제는 그 시간을 잘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조금씩 취업의 시동을 걸어볼 생각이다.

쉬어가는 톱니바퀴 위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방식대로 돌아가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여기 앉아 넋놓고 바라만 볼순 없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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