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3. 열어줘
A side
나에게 사랑은 머물지 않는 바람과도 같았다.
불면 부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언제 어떻게 불어올지 모르는 바람처럼
내 사랑의 시작과 끝에 이정표는 없었다.
한 때 잘못 만들어진 나침반을 든 적이 있다.
바늘이 향하는 곳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딱 한 걸음만 더 갔어도 낭떠러지였다.
사실 뛰어들고 싶었다.
그래야 완성이 될 줄 알았다.
그 사랑이.
왜 멈췄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그 순간 평소와 다른 바람이 불었다.
마치 바닷바람처럼 짠 내가 풍겼다.
참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꽤나 생경하게 느껴진다.
마치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맞지 않는 옷과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 있다지만
그 단어가 주는 따스함의 이면에는
그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
지금은 어느 쪽의 감정도 잘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미건조함이, 이 미지근함이 싫지 않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걸까.
많은 감정을 소모하는 직업 때문인 지는 몰라도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이별한 느낌이다.
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온다면
오후의 햇살처럼 머물러주길 바란다.
적당히 따스한 온도로.
적당히 포근하게.
B side
열어줘 - Knock (프로듀스 101 시즌2)
너를 볼 때면 맘이 요동쳐
숨도 쉴 틈 없이 너에게로 달려가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린 듯이 너 하나로 가득 해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림자가 되어 널 지킬게
눈이 부셔 이 순간에
내겐 넌 꿈만 같은 걸
텅 빈 마음에 가득 채워 너란 존재
너 하나만 꼭 들어오게
너에게만 내 문을 열게
어떤 단어로도 이 기분 설명 못해
상상할 수 없이 feels good
아름다운 너의 미소
묘하게 나를 이끌어
거부할 수 없어 난
운명처럼 깊숙이 파고들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커져버린 내 맘속 한 사람 맘을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너란 색으로 나를 채워줘
yeah yeah yeah yeah yeah 너의 손끝에
yeah yeah yeah yeah yeah 내가 있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내 심장은 오늘도 너뿐인걸
뜨거워진 마음 어찌할 줄을 몰라
난 오늘도 환상일까 꿈은 아닐까 난 겁이나
아무도 모를걸 Make me crazy now
백번을 말해도 내 기분 모를걸
난 너의 손짓 표정 속에 담긴
달콤함에 녹아 새로운 숨을 쉬어
마른 마음에 사랑이란 물을 주네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
간지러운 네 숨결로
온종일 나를 설레게 해
거부할 수 없어 난
운명처럼 깊숙히 파고들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커져버린 내 맘속 한 사람 맘을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너란 색으로 나를 채워줘
yeah yeah yeah yeah yeah 너의 손끝에
yeah yeah yeah yeah yeah 내가 있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내 심장은 오늘도 너뿐인걸
오랫동안 기다렸어
내 세상을 달빛처럼 비추길
어둠 속에 유일한 빛이길
운명처럼 깊숙히 파고들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커져버린 내 맘속 한 사람 맘을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너란 색으로 나를 채워줘
yeah yeah yeah yeah yeah 너의 손끝에
yeah yeah yeah yeah yeah 내가 있어
열어줘 열어줘 열어줘
내 심장은 오늘도 너뿐인걸
> 가수는 제목을 따라간다고 했다. 작사가는 가사를 따라가는 것일까? " 오랫동안 기다렸어 내 세상을 달빛처럼 비추길 어둠 속에 유일한 빛이길"이라고 썼더니 정말 빛이 되어주었다.
홍콩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 모두가 잠든 사이 혼자 가사를 쓰고 있었다. 예전에 썼던 가사를 이 곡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었다.(소위 일전에 '까인' 가사를 '재탕'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에는 선택되지 않았지만, 내가 너무 아끼는 가사인 데다가 마침 이 곡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내용이라 다시 한번 재도전을 한 것이다.
내용의 큰 틀은 변함이 없고 어투만 조금 더 남성적으로 바뀌었다. 상대방을 향한 사랑의 노래인데, 원래 가사는 '텅 비어버린 내 마음이 얼룩지게 너란 색으로 채워달라/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열어달라는 것'이 주제였다. 그 가사를 열어줘의 데모에 맞게 음절을 수정해가면서 새로운 단어를 더해갔다. 특히 이 곡에는 랩도 있어서 리듬과 라임을 살리면서 내용까지 이끌어가야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그 부분들은 한 번에 ok가 되었다.
그리고 제목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 '열어줘'라는 세 글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어를 보냈었는지.. 거의 영어, 한글 각각 스무 개 이상 보냈었다. (그 부분이 원래 'Pick me up'이어서 무조건 대체를 해야 했다.) 약간 긴박하기도 했고, 간절하기도 했어서 그 당시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마카오의 유명한 호텔에서 관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요청이 들어와서 가사를 빨리 보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노란빛의 조명 그리고 분수 앞에서 양 쪽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휴대폰으로 가사를 쓰고, 왼손으로는 브이를 하고, 두 눈은 사진을 찍는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곡은 정말 3박 4일의 여행 내내 함께해서 여행을 하고 온 건지, 가사를 쓰고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이쯤에서 그렇게 정신없던 나에게 한마디 불평 없이 배려해줬던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더 가사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소중해서 아껴두고픈 곡이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몇 시간이고 같이 앉아서 이 단어는 어떤 의미로 썼고, 이 문장은 이렇게 해서 나왔고 설명해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굳이 가장 아끼는 문장으로 고르라면 '마른 마음에 사랑이란 물을 주네 내가 숨 쉴 수 있게 해' 이 부분. 여기는 비행기가 홍콩에 착륙하던 시점까지 이렇게 써도 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넣었던 구간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만큼 결과도 좋았던 곡이라서 감사하다.
나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러주신 아티스트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이 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 가사를 좋아해 준다는 게 정말 기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