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2. Good Night
A side
스페인의 어느 밤거리를 달리는 버스 안이었다.
아니 거리라기 보단 도로라고 하는 게 맞겠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모두 잠든
암전이 된 듯이 어두웠던 밤.
창 밖에 보이는 건 몇 개의 작은 별빛뿐.
달빛은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었다.
버스가 달리는 길을 따라
그 작은 별빛들이 함께 따라왔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아는 것처럼.
무언가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아주 편안했다.
나는 꽤 오래 행복하지 않았다.
매년 생일 촛불을 끌 때 불던 소원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였다.
어떤 배경이나 생활이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그 우울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건 병이라 할 만큼 짙었던 건 아니고,
버릇이었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먼저 생각했다.
'상처 받는 게 싫어서'
그리고 최선에서 적어도 한 10%는 덜 노력했다.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그 버릇을 고치게 된 것도 음악이었던 것 같다.
작사를 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두려움보다 간절함이 너무나 컸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원한만큼 다 이룰 수는 없었다.
리프레쉬가 필요했고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여행 속에서 갖게 된 수많은 생각의 시간들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고, 떠날 것은 떠날 것이다.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게 삶이더라.
아팠던 지난날들도 돌아보면 아름다웠더라.
그리고..
지금 내게 다가 온 저 별빛 하나가 참 위로가 되더라.
휴대폰 불빛을 최소한으로 낮춘 채,
메모장을 열었다.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한 순간.
"이렇게 너처럼 아름다운 밤이 내리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B side
Good Night - EXO
이렇게 너처럼 아름다운 밤이 내리면
잠든 세상에 난 포근히 안겨서 좋은 꿈을 꾸겠지
저 멀리 하늘 위에 작은 별이
우리가 걸어가는 길을 비추고
너의 귓가에다 내가 간직했던
사랑을 속삭여주던 그날
Baby good night
꿈속에 그려보던 순간에 난
그대로 멈춰버리고만 싶어
다시 널 내 품에 안기를 원해
아직 네가 그리워 난
어디서도 너를 찾을 수 없어
넌 없는데
아름다운 이 밤은 돌아오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자리는 커져 자꾸만
참 이상한 일이야
널 만날 수 없는데 (여전히 널)
나의 시간도 나의 계절도
아무 일 없이 흘러 Yeah
난 이렇게 너처럼 아름다운 밤이 내리면
잠든 세상에 (눈을 감고)
난 조용히 안겨서 너의 꿈을 꾸겠지
유난히 반짝이던 너의 눈빛
너무나 부드러운 너의 목소리
너의 손길을 다시 한번만
느껴볼 수만 있다면 Yeah
Ooh 습관처럼 난
Ooh 너를 생각하게 되는 걸
Ooh
밤을 비춰주던 별이 자꾸 흐려져
너와 나의 거리처럼 자꾸만 멀어져
아침이 오면 너를 잊어버린 채
나에게로 또다시 이 밤이 오기만 기다려
I won't give up baby
I'll be waiting for you
네가 없는 아름다운 밤이
또다시 나를 찾아와
가만히 눈을 감아 난 널 떠올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 처음 제목은 "Beautiful Night"이었다.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Good Night"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사실 그 밤에 여유롭게 창 밖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 마감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 곡이 너무 쓰고 싶었다. 어떻게든 써야 했고, 여행 중 꽤 오랜 시간 이 곡을 들었는데 특별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괴로웠다. 그래서 현재의 감정에 집중해보기로 했던 기억이 난다.
작사가 본인이 작업한 곡을 사랑하지 않는 경우는 많이 없겠지만, 특히 이 곡은 마음이 한번 더 가는 곡 중에 하나이다. 들을수록 아티스트 분들이 가사를 너무 잘 살려서 불러주신 것 같아서. 내가 가사를 쓸 때 담았던 감정들을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잘 살려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 데모곡의 경우는 보통 영어로 불리기 때문에, 한글로 불려진 완성된 곡을 처음 들으면 약간 생경한 느낌을 받는 건 사실이다. (내가 쓴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곡은 얼마나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곡에 달린 댓글도 계속 들여다보면서 어느새 나는 이 곡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기억에 남는 댓글 중에 잠들 때 자장가처럼 듣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여전히 그분의 자장가일까 궁금하긴 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도 한 때 그분들의 마음에 아련하지만 따스함을 남겨드릴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