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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Mar 13. 2023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불편한 마음 수색하는 중 ㅡ 3화.

  

살아가면서 여러 날이 평온하다면 마음이 건강한 것이니 행복할 것이다.


  나에게는 내 마음처럼은 아니더라도 대화 속에서 얘기가 되면 좋겠는데 통하지 않는 막힘이 싫었고, 상황과 상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나의 어리둥절함이 싫었다. 내가 말을 건네었는데 무언가 틀어지고 어색한 분위기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음이 답답해지고 있었다.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져 떠안게 되거나, 자꾸 꼬이는 것들을 풀어내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혼자 끙끙대기 일쑤였다.


  이러다 숨 막히고, 혼자 고립되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같아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마주한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는 눈이 차가워 보였다. 오래전 기억(당시 28세 정도)이라 생생하지는 않지만 머뭇거리다 속사보처럼 쉴 새 없이 주절주절했던 것 같다. 그 당시 그 상담자는 감정에 격해진 얘기를 듣느라 당황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분명하게 뇌리에 꽂힌 말은 '그러면 안 하면 되잖아요.'였다. '안 하면 되는데 하여서 일이 생기었 나의 잘못이구나'라는 말로 뇌리에 뱅뱅 돌면서 이해받지 못해 미어지는 마음이었다. 


'상담자라면서 뭐 이래' 내 마음도 모른다고,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수도꼭지 틀어 놓은 듯 눈물을 줄줄, 팔뚝으로 훔쳐도 바닥으로 뚝뚝 떨구며 길을 맥없이 걸었다. 더구나 추운 겨울이어서 더욱 애처로웠던 것에 점수를 듬뿍 줬던 것이다. 아마도 난 내 얘기를 정성껏 들어주는 것과 내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바랐던 모양이었다.


희망을 걸고 불편한 마음을 떼려다 서러움이 붙어 버린 그때, 내 얘기를 말없이 들어주기만 했어도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어 별일 아닌 것이구나 싶어 신기하게도 마음이 풀어졌을지모르겠다. 어느 때는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기도 했으니 말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현재 자원으로 감당할 한계치를 넘어섰을 때 위험수위를 낮추려 하게 된다. 무의식이 살고 싶은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쏟아내는 것이다. 그나마 견딜만하다면 아주 친한 친구에게 넋두리하듯 말하게 되는 것이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만만하게 말할 곳이 가족이 되기도 한다. 나를 잘 알고 있기에 도움이 되어 줄거라 기대하며 자신의 상황을 알림과 함께 호소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린 무심히 넘기거나, 일상적인 투덜거림으로 알아듣거나, 개인 성질이 나쁜 것으로 치부해 버려 눈치채지 못하고 때를 놓치기도 한다.  결국 일이 터지면 '그때 알아주었더라면 또는 그 정도로 심한 줄 몰랐어요'라고 남의 다리 긁듯 아쉬움과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가족이 남 같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것이다. 친구도 가족도 아닌 상담자를 찾았다는 것은 문적 도움을 놔두고라도 확실한 내편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담 장면에서 첫 대면에 깊은 얘기를 툭 꺼내 놓았다면 도움 요청과 함께 아주 다급하고  절실한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해결할 의지를 갖춘 손짓이기 때문이다.


우린 자신의 옆에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코앞에서 재빠르게 알아주고 챙겨주는 사람을 갖기란 쉬울 것 같지만 어렵다. 빠르게 흐르는 사회 흐름이 정서를 마르게 하고 필요에 의한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할지라도 지금,

허리 세워 어깨 펴고 고개 들어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손짓을 발견하면 만지작 거린 두 손을 왼손은 슬며시 어깨를 감싸고 콩닥거린 오른손을 내밀어 누구에게든 진솔하게 들어주는   단 한 사람이 내가 되기를 그리고 당신이기를 바라본다.




들어주려

내 마음 윗목으로 밀어 두고

빈 그릇 되어

아랫목 앉히고 내밀어

기다려 주었다가

담긴 마음 잡티 함께 골라내고

마주손 들어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일



함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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