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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교실

written by 김명희

by 하이리


신경다양성 교실은
특수교육대상인 장애학생과
특수교육대상은 아니지만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
그리고 일반 아이들이 함께
교육받는 통합교실을 의미한다.



책을 쓴 김명희 선생님은 경계선 지능, 지적 장애, 선택적 함묵증, ADHD, 자폐성 장애 등 자신이 만났던 다섯 명의 아이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강점을 기반으로 학습을 설계했던 실제 사례를 보여준다. 신경다양성 아이는 물론, 같은 반 아이들이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은 통합교육의 가능성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통합교육은 이에 해당하는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나와 다름을 직접 경험하고 서로 조율하고 이해하며 끝내 포용하는 연습.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단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통합교육. 이런 생각을 하는 선생님도 있구나. 더불어 바람도 생겼다. 김명희 선생님 같은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담임 선생님께 아이에 대해 오픈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별다른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에 대해 말해 봤자 얻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도 않고, 제도적으로 이들에 대한 개별화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명희 선생님은 소중한 존재다. 통합교실에 관심 있는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교사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신경다양성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개별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한 반에 20~30%는 되었습니다. ADHD가 있는 아이, 학습부진 아이, 말더듬이나 틱이 있는 아이 등등…… 이런 아이들이 각 반마다 있었습니다. 이제 통합교육은 특수교육대상자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온전하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수교육대상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특별한 요구를 가진 아이들이 어느 교실에나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P46


이 책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중재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교사도 신경다양성 교실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일반교사가 마땅히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작 아이 하나 키우면서도 힘에 부칠 때가 많은데,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에게 개별적 지원이 필요한 몇 명의 아이가 얼마나 버거울까? 선생님 개인의 역량에만 기대기보다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김명희 선생님도 이 부분을 지적한다.


ADHD는 DSM-5에서 정서, 행동장애 범주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ADHD 아이들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습 장애와 마찬가지로 ADHD 아이들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해 지원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특수교육대상이 아니어서 학교에서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온전히 담임교사 한 명의 몫이 됩니다. P201


3년 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안학교를 알아보았다. 고민을 거듭하다 일단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지켜본 후 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는 학교에 무탈하게 적응했다.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 그런데도 나는 가끔 대안학교를 검색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꽤 남아 있기는 하지만 중학교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일반학교는 신경다양성 아이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아이에 대한 지원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지만 장애등록대상도, 특수교육지원대상도 아닌 내 아이는 갈 곳이 없다. 어떡하든 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 아니면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되는 것, 그것도 아니면 아이에게 맞는 다른 시스템을 찾아가는 것. 안타깝게도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나는 가슴이 아팠지만 이 학교를 떠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의 특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대안학교나 작은 시골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공교육 교사인 내가 공교육을 떠나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아직까지 ADHD 아이들을 충분히 포용할 만큼 인식의 성장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P230


우리나라의 경우 ADHD 아동은 특수교육대상자에서 배제된다. 느린 학습자라 불리는 경계선 지적장애도 그렇고, 경미한 자폐성 장애도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다. 의학적으로 이들을 구분했다면 사회, 교육적으로도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일반교사에게만 짐을 지우지 말고, 제도적으로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소리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명시한 "학습부진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 귀국 학생, 다문화 가정 학생 등이 모두 학교에서 충실한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를 지키기를, 그렇게 노력하기를.


현실에서는 통합교육의 대상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모든 학생을 포함하는 교육으로 범위를 넓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략) 학습부진 학생, 장애를 가진 학생,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 귀국 학생, 다문화 가정 학생 등이 모두 학교에서 충실한 학습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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