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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Jun 21. 2023

정관스님에게 배운 음식을 대하는 마음

음식을 먹는 것은 대지와 우주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내일의 식탁'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백양사 천진암에서 정관스님과 대단히 밀도 있게 꽉 찬 시간을 보냈다. 그 많은 정관스님의 아름답고 정갈했던 음식을 제쳐두고, 나는 김치와 장아찌가 반찬의 전부였던 스님의 소박한 국수 한 그릇이,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에 우리들 손에 들려주신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던 쑥떡 한 덩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른 새벽 아침공양을 하고 대여섯 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시연에 모두가 지쳐버린 시간, 스님께서는 저녁으로 간단히 국수를 말아먹자 하셨다. 그 흔한 멸치 한 마리 들어가지 않은 애호박과 배춧잎만 들어간 슴슴한 국수는 서른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두 한 그릇씩을 받고 나니 퉁퉁 불어 있었다. 종일 서서 재료 손질을 돕고 스님의 시연을 지켜보느라 고된 하루를 보낸 참가자들은 모두 양에 차지 않는 국수 한 그릇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나 역시 김치전이라도 함께 부쳐주시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스님의 말씀에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음식을 대하는 마음’을 우리는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음식은 단순히 맛을 탐닉하고 포만감을 느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몸을 만들고 우리가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중요한 것입니다. 한 그릇의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 하나하나는 땅과 바람과 햇빛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그 음식을 먹는 것은 대지와 우주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온 마음으로 소중하고 감사하게 한 그릇의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유난스러울 만큼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에 열성인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말씀이었다. 특히 올해는 올초에 읽은 코스모스의 세계관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중인데, 음식과 요리도 결국 코스모스 세계관 안에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우주의 에너지의 흐름 안에 우리는 놓여있고 음식은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정답이 없다. 레시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의 몸 상태를 알고 나에게 필요한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를 다루는 방법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정관스님 본인은 셰프가 아닌 수행자라고 말씀하시지만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반열에 올라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에까지 나오게 되셨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스님은 평생을 깊은 산속에서 음식을 만들며 수행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세상의 흐름을 알고 교류를 통해 나만의 것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대단한 분이셨다. 그리고 스님의 음식철학은 스님의 호탕하고 유쾌하며 정이 많은 성품이 더해져 더욱 빛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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