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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Aug 04. 2023

식사에 대한 생각

The way we eat now(Bee Wilson) 북리뷰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지만 식단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매끼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은 것처럼 '맛집'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은 정제된 밀가루로 만들거나, 산패된 기름에 튀기거나,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달한 음식이다. 이 책의 부제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가 더 강하게 와닿는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 음식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싱싱하고 다양한 음식을 일 년 내내 거의 무제한으로 즉시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굶주림'의 시대는 끝나고 '맛'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눈을 떠 새로운 '미식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음식을 발효하는 이유가 더 이상 식재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효된 그 맛을 먹고 싶어서 발효시킨다. 음식은 이제 늘 우리 곁에 있고, 즐겁고, 맛있고, 종종 이국적이기까지 한 경험으로 바뀌었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것은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처럼 보인다. 이제 음식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흘러넘쳐서 우리를 괴롭히는데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식습관이다. 2006년 처음으로 전 세계의 과체중 인구수가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인구수를 앞질렀다. 문제는 너무 많이 먹는 동시에 영양은 부족하다는 것, 즉 칼로리는 많이 섭취하지만 영양소는 적게 섭취한다. 산업화된 식단은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로 가득 차 있지만 철분이나 비타민 같은 미량영양소는 부족하다. 전 세계에서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같은 질병을 앓거나 예방 가능한 종류의 암에 걸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만뿐만 아니라 식단과 관련된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한 것은 어느 정도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가공육, 스낵 브랜드의 마케팅에서 기인한 일이기도 하다. 필요하거나 사려던 양보다 더 많은 음식을 사라고 부추기는 것은 모든 주요 식품 기업의 사업 전략이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마케팅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리얼에 가치를 더해주는 것은 향료와 감미료, 곡물을 바삭하게 만드는 기술, 그리고 '곡물 시리얼', '프로틴 시리얼'이라고 이름 붙여서 나가는 광고다. 전 세계의 패스트푸드 판매량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0% 성장했고 포장식품 판매량은 25% 성장했다. 우리는 식품 회사들이 쏟아내는 값싼 지방과 설탕, 정제 탄수화물로 만든 식품을 쉽게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모든 대륙에서 짭짤하고 달콤한 음식으로, 작은 독립 식료품점이 거대한 슈퍼마켓으로, 집에서 요리한 식사가 식당 음식이나 포장 음식으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식사 방법에 관한 오래된 규칙 또한 잊어버렸다.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할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말한다. 야근 후에 집에 돌아온 도시인들은 30분 동안 부엌에 서서 브로콜리를 요리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없어 치킨에 맥주로 배를 채우고 스르르 잠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에 관해서라면 다중인격자처럼 군다. 유제품을 줄이고자 라떼에 우유대신 오트 밀크를 넣어서 마시지만 풀드포크를 올린 멕시칸 부리또볼 같은 이색적인 음식에도 열광한다. 건강식품만 정확히 골라 먹는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지만 퀴노아, 아보카도 같은 특정 슈퍼푸드는 전 세계가 동시에 숭배하게 되었다. SNS와 촘촘한 글로벌 무역이 전 세계인이 같은 식단을 먹도록 만든다. 미각은 확장되었지만 식재료는 편협해지고 있다. 지구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현재 우리 모두의 식습관은 무서울 정도로 똑같아지고 있다. 동물성 식품, 밀, 쌀, 설탕, 옥수수, 대두가 세계적인 공통식품인 것처럼 재배되고 식품으로 가공된다. 각 나라는 식량의 3분의 2 이상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아닌 외국에서 수입된 작물이라고 추산된다. 


문화적으로는 '로컬'과 '전통',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경제적으로 산업화된 문명에 이르는 척도를 서구적인 식생활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도 전통요리보다 패스트푸드와 즉석식품이 빠른 속도로 식생활에 자리 잡고 있다. 음식은 그 지역의 작물과 식재료, 생각과 편견을 반영한 다양한 것이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그것들을 다 버리고 전속력으로 산업화된 식단에 합류하고 있다. 극도로 가공된 식단, 원재료 가격이 소매가격의 극히 일부인 가공식품은 글로벌 식품회사에 많은 이윤만을 보장해 줄 뿐인데도 말이다.  


이제 점점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주요 곡물과 채소로 돌아가는 새로운 식습관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은 혼합 씨앗 한 봉지에 상상 이상의 돈을 지불하려 하고 조, 귀리 같은 흔한 곡물이 값비싼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한다. 양질의 음식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느냐로 좋은 삶의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 정크푸드만 갈구하지 않도록 교육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입맛을 개발해야 한다. 좋은 음식은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근본적으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은 품질의 식품에 투자하는 것은 곧 땅과 공기, 더 나아가 건강과 기쁨에 투자하는 것이다. 식생활은 음식을 먹는 것만이 아니라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고, 차리고, 대접하고, 음식을 통해 영혼을 배 불리는 것이다.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아래의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짭짤하고 기름진 스낵

설탕을 입힌 시리얼

한 번도 발효된 적이 없는 빵

다양한 빛깔의 가당 음료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건강’ 요구르트

가공육

트랜스지방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식생활에서 균형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아래의 음식을 더 자주 식탁에 올려야 한다.   

비교적 가공이 덜 된 식품

견과류와 씨앗류

콩류

생선

발효식품

채소와 과일, 통곡물처럼 섬유질이 많은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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