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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혜 Apr 24. 2024

오타와라는 도시

캐나다 수도 이야기 1

"주차비가 하룻밤에 17달러인데 괜찮으시겠어요?"


하마터면 '17불이 뭐냐, 더 받으라'며 신용카드를 내밀 뻔했다. 셰라톤 호텔에서 직원이 조심스럽게 청구하는 17달러는 옆나라 미국 수도에서 50-60달러씩 받는 호텔 주차비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심지어 미국 달러는 캐나다 달러보다 37% 높다) 그래도 일국의 수도인데 은근 자존심도 상했다. 하지만 오타와라는 도시, 참 소박하다. 어쩌면 그것이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오타와를 수도로 정했던 이유부터가 인구가 많아서라거나 중요한 경제도시여서가 아니라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동부와 서부,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불만을 모두 잠재우기 위해 중간 지점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큰 도시가 아니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이 있는 곳도 아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도 정치가들에 의해 타협점을 찾아 설계된 도시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규모나 위세가 다르다 보니 오타와는 상대적으로 관광지로서의 지명도는 떨어진다. 


캐나다 내에서도 토론토처럼 나이아가라 같은 유명 관광지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퀘벡처럼 전통 있는 도시도 아닌 애매한 입지여서 흔히 오타와를 오다가다 '들르는' 도시라고 부른다. 심지어 토론토와 몬트리올 사이, 켄싱턴에는 아기자기한 섬들이 가득한 천섬(Thousand Islands, 샐러드드레싱 이름 거기 맞습니다)이라는 경쟁자가 있어서 또 밀린다. 


그래서 오타와는, 아니 캐나다는, 관광객을 끌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이 얌전한 모범생 같은 도시에 밤문화를 활성화해 보겠다고 올해 16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밤의 시장(NIght Mayor, Night Market 아님)'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모르겠다. 운하 하나를 사이에 두고 퀘벡주와 온타리오주의 경계가 있는데 음주가 허용되는 연령이 온타리오주는 만 19세지만 퀘벡주는 18세라 대학교 신입생들이 바로 옆 퀘벡주 가티노로 가서 마시는 일이 빈번하다. 뿐인가, 가티노에는 로또 퀘벡에서 운영하는 카지노도 있다

가티노에 있는 역사박물관에서 본 운하와 팔러먼트 힐

온타리오주에 속한 오타와의 바로 북쪽으로는 오타와강을 경계로 퀘벡주 땅인 가티노(Gatineau)가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 인구 약 29만 명의 이 도시는 오타와가 수도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깡촌이었다. 행정상으로는 퀘벡주에 속하지만 퀘벡주의 대도시인 몬트리올이나 주도인 퀘벡시티와는 다소 떨어져 있고 오타와의 위성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관공서가 많은 오타와에서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필요로 하는데 불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의 좋은 공급원이 되는 곳도 바로 가티노다. 그러다 보니 퀘벡주가 독립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졌다. 



퀘벡이 캐나다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위해 두 번째 실시한 국민투표는 찬성 49.42%, 반대 50.58%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되었는데, 지도의 왼쪽 아랫부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가티노 지역 주민들과 몬트리올 서쪽 주민들의 대다수가 반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 약 백만 명의 오타와는 그래서, 영어와 불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언어 국가로서의 캐나다 수도의 입지를 지켰다. (2021년 퀘벡은 캐나다 전체인구의 약 23%였다, 38.45%의 온타리오 주 다음으로 크다) 1995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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