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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오잡 Jun 25. 2024

게으른 댓글러

아주 가끔 댓글러가 된다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이가 좀 다르다는 의견을 보여서 전문가를 만나 검사를 받아보려한다는 한 엄마의 글을 읽었다. 아이가 자폐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고, 아빠는 자신의 성격 탓인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내가 그 글을 읽은 그 순간에는 댓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뭔가 모를 조바심과 안쓰러움에 다급하게 댓글을 썼다. 쓰고 보니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내 댓글은 저어기 저 아래아래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쓰고 보니 어쩌면 이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선호한다. 댓글을 달거나 직접 대화를 하며 빠르게 의도와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일테다. 그렇지만 가끔, 어떠한 순간에 누군가에게 힘이 되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지금 이 세상의 소통 방식에 감사하게 된다. 댓글을 달 수 없고 메일이나 편지를 보내야 한다고 하면, 게으른 나는 아마 평생동안 누군가에게 힘이 되주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했을 것이다. 글쓴이가 성급하고 짜임새 없는 내 댓글을 보고 희망을 품거나 감동을 받거나 하진 못하겠지만, 세상 어딘가에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겼음에 잠깐이나마 위로를 받았다면 나의 댓글은 제 본분을 다 한 것이다. 그리고 우습고 신기하게도 나 또한 내가 쓴 댓글에 위로를 받았다. 다시 읽어보니 퇴고가 전혀 없었던 날 것의 모양새라 부끄럽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남겨본다. 가끔 읽고, 가끔 위로를 받길. 



[안녕하세요, 댓글 다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저도 자폐아이를 키우는 엄마예요, 혹시 모를 상황을 앞두고 계신 것 같아 앞서온 사람으로 작게나마 응원 드리고 싶어서 댓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폐아이가 아니면 좋겠지만, 맞다고 하여도 그 누구보다 소중한 내 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죠. 

자폐일 경우, 어린 나이에 테라피를 시작하시는 것이 예후가 좋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ABA 테라피와 Speech 테라피를 보통 받아요. 경우에 따라서 PT나 OT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테라피는 한달 두달 받는 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예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테라피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테라피와 함께 부모가 늘 공부하시고 관심가지고 잘 살피셔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를 모서리를 가진 세상에 모서리가 없는 존재, 또는 모서리가 없는 세상에 모서리가 있는 존재 같이 생각하곤 합니다. 한 세상에서 함께 아프지 않고 살아가려면 익혀야 하는 부분이 많고, 이것은 대부분 소수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사회가 우리 아이에게 전부를 맞춰줄 수 없고, 우리 아이도 사회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 없습니다. 

저는 가끔 왜 이런 힘든일을 우리가 아이가 겪어야 할까 생각해보지만, 모두의 삶은 완벽하지 않죠. 저에겐 이런 모습으로 왔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라는 것은, 대단한 불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장애는 아니지만 큰 문제라고 부를 만한 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잘 보이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함께 사랑하고 행복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좋은 책들도 정말 많고, 테라피 받기에도 한국과 비교하면 전문가들이 많고 시스템이 좋아요. 

검사 결과가 어떻든 좋은 부모가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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