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 편 (1)
울산의 어느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다. 집을 떠나온 지 7일째 되는 날. 오전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 울산의 울기등대를 구경했다. 그리고 시내로 돌아와 울산터미널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1시 30분발 버스를 탔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험난한 여정이 될 줄은.
대한민국 지도를 잘 살펴보자. 울산에서 강릉으로 버스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서 간다? 그렇다면 내 좌석은 운전사가 있는 반대편 창 측에 앉아야 바다가 보인다. 이 생각을 하고 버스를 타서 앞에서 두 번째 자리 창 측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룰루랄라 떠나기를 한 시간이 흘렀을까. 버스가 포항터미널에 정차했다. 사람만 태우고 가는 게 아니라 30분 쉬었다가 간단다. 이때 알아챘어야 했다.
멋모르고 좋아라 포항 터미널 앞은 어떤지 구경도 하고 20분쯤 되어 다시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나 이번엔 울진터미널로 들어갔다. 또 30분 정도 쉰 후에 출발한단다. 화장실을 다녀와 또 한참 주변 구경을 하다가 버스를 탔다. 이제는 가겠지 했다. 하지만 도중에 휴게소에 섰다. 이름 모를 휴게소는 웨딩홀로 쓰는 듯한 큰 건물과 사람이 별로 오지 않을 것 같은 매점이 덩그러니 있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휴게소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감흥은 없었다. 오는 내내 바다만 바라보면서 왔고, 군산, 보성, 부산, 울산, 주로 바닷가 도시들만 다녀서인지 이제 바다를 봐도 '그냥 바다구나.' 하고 말았다.
동해였을까, 삼척이었을까. 한 곳의 터미널을 잠깐 거쳐서 저녁 7시가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리고 이미 나는 버스를 오래 타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군 생활을 같이 했던 녀석을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고 그가 알려준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새벽 5시.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찜질방에서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강릉역으로 가서 6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어두웠다. 일출 시간이 7시 20분 정도였으니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다. 근처 국밥집에 들어가 따뜻한 국밥을 먹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시간을 더 자고 강릉에서 7시 기차를 탈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하릴없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단체로 여행을 오신 듯한 수녀님들 사진도 찍어드리고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떠 있었다. 날씨가 안 좋아 제대로 된 일출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일출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일출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돌아왔다. 강릉 시내에서 내려서 관광지도만 보고 경포대까지 걸어갔다. (대체 무슨 배짱이었는가.) 그나마 당시엔 튼튼한 다리를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포호를 한 바퀴 돌고 오죽헌까지 구경을 하고 나서 강릉 터미널로 돌아와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강릉 가는 버스는 다시 못 탈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 또한 추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