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편(2)
군산, 광주, 부산, 경주, 울산, 강릉을 거쳐 내가 도착한 곳은 속초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지만 드라마광인 내게 남은 미션이 하나 있었다. 속초와 춘천. 그리고 윤석호. 그렇다.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촬영지가 속초와 춘천이었다.
강릉터미널에서 속초 터미널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터미널에서 내려 갯배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을동화>에서 성인이 된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이 스쳐 지나갔던 갯배. 지금은 한 대로 왕복만 하고 있지만 말이다. 갯배를 타고 건너니 드라마 속 은서의 집이었던 가게가 있고 그 뒤로 1박 2일에서 나왔던 순댓국 집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마침 배고 고프던 차에 순댓국 한 사발을 먹고 청초호를 따라 걷다 보니 엑스포타워가 나오더라.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니 호수와 그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아마 날씨가 좋다면 설악산도 잘 보였을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이후로 처음 가보는 춘천. 터미널에 도착해 예전에 갔었던 명동 닭갈비 골목을 찾았다. 그땐 밤이었고, 자차를 이용한 터라 어느 가게였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서 그냥 대충 크고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막국수를 주문했다. 혼자 닭갈비를 먹기는 애매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막국수는 맛있었다. 이상하게 춘천에만 오면 허기가 져서일까.
식사를 하고 나오며 근처에 찜질방이 있는지 물어보니 다행히 멀리 걷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 찜질방이 있었다. 들어가서 짐을 풀고 개운하게 탕에서 몸을 녹인 후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시내의 찜질방에서 잠이 깬 나는 씻고 나와서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침을 먹으며 시내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마도 <겨울연가>의 촬영지도 이즈음이지 않았을까. 방영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춘천 거리 곳곳에 <겨울연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내 곳곳을 구경하다가 극 중 준상(배용준)의 집으로 촬영된 곳이 있다기에 걸어서 가보았는데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니까.) 그냥 집이었다. 준상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허탈함에 웃으며 큰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탄 나는 소양강댐으로 향했다.
소양강댐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큰 댐이 나를 반긴다. 수영이라고는 1m도 헤엄칠 수 없는 실력이지만 용기를 내어 유람선을 타고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해 청평사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선착장부터 초입까지는 온통 닭갈비 식당들과 각종 매대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입구부터는 조용하니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다. 곳곳에 자연이 만들어낸 볼거리와 인간이 만들어낸 볼거리가 있었다. 작은 폭포들부터 석탑, 기이한 모양의 암석들. 그리고 청평사까지. 마음이 편해지는 여행길이었다. 불국사와는 느낌이 약간 달랐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서 내려 강 한 자락에 설치된 소양강 처녀상을 바라보았다. 노래 한 자락이 절로 흥얼거리며 흘러나온다. "해 저문~ 소양강에~" 물론, 대낮이라 해 저문 소양강을 볼 일은 없었지만. 터미널로 돌아와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나니, 드디어 기나긴 여행이 끝이 났다.
이 여행은 사회인으로서의 내가 되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길게 다녀본 여행이었다. 혼자 여행을 한 것도, 이렇게 며칠 씩 여행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이때는 몰랐다. 이후로 여행을 갈 만한 휴가가 당분간 없을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