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편
인생 첫 나홀로 여행을 한 이후로 4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직을 두 번 정도 하고 난 터라 휴가를 길게 쓸 수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직장에 자리를 잡은 지 2년 차에 드디어 휴가를 길게 쓰게 되었다. 회사의 특성상 보통 여름 휴가를 10월 초에 간다. 휴가를 시작하는 주말에 해남을 함께 했던 친구 신군의 프로포즈 영상을 만들어주고, 주일에 부산으로 가 목사님을 뵙고, 월요일엔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 두 편을 본 후 저녁에 친구 성군과 커피 한 잔 하고 친구가 사상 터미널에 데려다 주었다.
사상 터미널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거제도의 장승포로 향했다. 마침 장승포 터미널 근처에 새로 지은 듯한 찜질방이 있어서 거기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부지런한 탓에 또 아침 일찍 일어나 한적한 장승포 주변을 거닐 수 있었다. 찜질방에서 장승포 선착장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을만한 거리여서 산책 겸 선착장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한가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노래주점이 한 집 걸러 하나씩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침이 더 한가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조선소 직원이 많아서 주점이 많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 주변 횟집에서 아침에 혼자 회덮밥을 먹었다. 혼자 회를 먹을 순 없으니 대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회덮밥이다. 대신 서울에서와는 달리 제법 싱싱한 회덮밥과 많은 반찬이 따라오니 맛이 좋았다. (물론 가격은 그만큼 비싸다.)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외도 - 해금강으로 가는 유람선 표를 끊었다. 대략 3시간 코스라고 한다. 아침에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어 첫 배가 조금 지연되어 출발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출발했다.
사실, 배를 타는 게 조금 무서웠다. 수영도 못할 뿐더러 몇 달 전 진도에서 큰 사고가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타고 나니, 선장님이 구명조끼의 위치와 사고시 행동 요령을 출발과 동시에 알려주셨다. 마침 간호사관생도들이 단체로 탑승했기 때문에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설명이 끝나자 배의 직원 한 명이 멀미약을 팔더라. 생전 처음 보는 장사 방법에 피식 웃었지만 지금까지 배멀미를 한 적은 없어 나는 그냥 바다를 보며 배를 타고 외도로 향했다.
외도에 도착하니 시간을 정해주고 몇 시까지 어느 배로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외도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딱딱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춘천에서의 기억을 살려 <겨울연가>의 마지막 촬영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바다는 제법 봤다고 생각했는데 외도는 또 달랐다. 야자수 비슷한 것들도 많이 열려서 처음 보는 식물도 많았고, 바다도 좋았다.
외도를 쭈욱 구경하고 나서 유람선을 다시 탔다. 파도가 더 거세졌다. 파도를 헤치고 해금강 유역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파도가 쎄서 섬 가까이 가거나 안의 동굴은 들어가보지 못하고 해금강만 한 바퀴 돌고 다시 장승포로 향했다. 이때는 파도도 거세고 운항 시간도 길어서 살짝 멀미가 왔다. 다행히 그냥 눈을 감고 있으니 참을 만한 정도였던 것 같다. 배에서 내리니 몸이 이상했다. 땅에 딛는 느낌이 이상했달까. 고작 3, 40분 배를 탔을 뿐인데 사람의 신체는 참 예민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제 시내로 나와서 나는 포로수용소를 구경하러 갔다. 사실 별 생각 없이 간 것인데 크게 재밌거나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다만 포로수용소라서 그런지 곳곳의 오디오에서 군가를 계속 틀어주더라. 문제는 전역한지 6년이 지난 내가 그 군가들을 다 따라부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흥얼거리면서 신나하면서 말이다. 오 마이 갓! 포로수용소 구경을 마친 나는 거제에서 잠시 통영을 거쳐 저녁에 진주로 향하며 거제 여행을 마쳤다.
지금도 내 기억 속의 외도는 참 아름답다. 언젠가 꼭 한 번은 다시 찾고 싶은 곳. 그곳이 바로 외도가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눈으로 본 외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니 거제에 가면 꼭 한 번 외도를 방문해보길 바란다.